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

느긋하게 차를 마시며 오후를 보내던 나에게 신뢰할 만한 북멘토인 친구 녀석은 번역되기 전에 <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를 읽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을 던졌다. 사실 시간 대비 효율성을 따져 볼 때 그의 조언은 그다지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 아니었다. 한 달쯤 기다렸다가 서점에서 반나절을 보내는 쪽이 휠씬 낭비가 적을 것이라는 사실이 명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이란 한번 읽기 시작하면 그 끝을 봐야만 하면 이상한 근성이 있는 법이다. 지난 토요일에 손에 잡은 1권 역시 그랬다. 비록 해리의 나이와 번역에 묻어나는 분위기에서 엇박자가 느껴지긴 했지만, 엇박자에 슬슬 지쳐가던 차에 서점에 딱 하나 있던 장의자를 공유하던 이름 모를 아가씨와의 기묘한 일치를 발견한 친구의 놀림 탓인 것처럼 자리를 털고 일어나기는 했어도 말이다.-친구는 같은 이어폰을 끼고, 포켓에 아이팟을 넣고, 같은 색 셔츠를 입은 채 손에 해리 포터를 들고 있는 ‘우리’를 보았다고 했다- 그리곤 귀가하자마자 출간 된지 6시간 만에 등장했다던 해적판을 찾아 헤맸다. 사실 헤맸다는 표현조차 정확하지 않다. Google it 하는 순간부터 모든 일을 끝내는데 30초도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이야기인 <불사조 기사단>과 달리 이번 이야기는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게 만드는 끈적거림을 소유하고 있다. 지난 이야기가 다음 이야기를 상상할 수 없는 막막한 상황에서 끝맺음을 했다면 이번 이야기는 수많은 해석의 여지를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판단력의 성숙이란 단어로 축약할 수 있다. 판단력의 성숙은 홀로서기를 통해 얻어진다. 하지만 홀로서기를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에는 많은 고통과 희생이 따른다. <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에서 다루고 있는 부분은 딱 여기까지다. 사랑과 배신, 그리고 희생. 교과서적이지만 마지막 여정을 위한 소설적 장치는 이제 모두 갖춰졌다. 마지막 여정을 위한 그들의 준비가 강요에 의한 것이든, 그렇지 않던 간에 말이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과 혼혈 왕자를 이해하는 최고의 키워드는 바로 이 문장이다. 그리고 이 문장은 다음 이야기를 이해하는 해석의 지침이 될 듯 싶다.
[#M_ HIDE! | less.. |

I make mistakes like the next man. In fact, being- forgive me-rather cleverer than most men, my mistakes tend to be correspondingly huger

_M#]
[#M_ P.S. | less.. | 다음 이야기의 화두는 R. A. B.가 누구인지? 또 나머지 ‘것’들을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 하프 블러드 프린스의 진짜 의도는 무엇인지 그리고 최후의 대결에 이르는 동안 희생될 사람은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개인적으로는 다음 이야기에서는 퍼시와 페튜니아가 중요한 역할을 맡을 후보로 짐작된다. 무엇보다 이번 이야기에서 희생자의 유언장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린다. 또 그들 넷 가운데 해리를 제외한 누가 살아 남게 될지 이제는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

친구의 전언처럼 헤르미온느가 숙제를 고쳐주는 장면이야말로 어렸을 때부터 우리가 꿈꾸던 딱 그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이번 이야기에는 ‘I love you’가 등장했고 ‘snog’가 꽤나 빈번하게 나타났다.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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