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다시 시작한 서울 생활은 낯설음의 연속이다. 한때 내 삶의 놀이터였던 도서관은 과거의 흔적이라고는 티끌하나 남겨놓지 않은 다른 모습으로 서 있었고 털털거리며 돌아가던 난방 소음과 외벽을 때리던 바람 소리는 깔끔하지만 작위적이어서 불편한 인테리어에 묻혔다. 아니 사라진 것은 비단 그것만이 아니다. 허름한 것들 사이에서 우리를 편안하게 만들었던 많은 것들이 이별을 고할 짧은 순간도 주지 않고 사라져 버렸다.

동선 역시 그렇다. 익숙한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낯선 건물, 낯선 계단들이 나를 맞는다. 아니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과거의 내가 ‘그곳’을 벗어나 본 적이 없다는 사실에 있다. 익숙한 걸음걸이로 동선을 짜다보면 어느 사이에 더 이상 ‘그곳’에 갈 의무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무의식적으로 훈련받은 동선에서 벗어나고 보니 황망한 걸음을 주체할 수 없다. 한가로운 걸음이 낯설다. 항상 시간과 약속에 쫓기던 삶 대신 느긋하지만 실수 없이 걸어야 할 순간이 드디어 나에게도 찾아왔다는 사실을 실상 믿기 어렵다.

사실 가장 낯선 것은 사람이다. 익숙한 얼굴 하나 발견하기 어렵다. 농담처럼 유일한 해결책은 그냥 현실에 뭍어가는 것이라는 친구의 말이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마음을 할퀸다. 축제가 끝났음을 아쉬워하던 스물 셋의 난 진짜 축제의 끝을 알지 못했음이 틀림없다. 축제의 뒤끝은 종잡을 수 없이 춥고 바람 소리조차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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