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의 규칙

<4의 규칙>은 역사추리소설이라는 장르로 구분되어 출간된 책이다. 하지만 과연 이 책에서 추리와 역사가 어디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애당초 이 소설의 집필 의도에는 역사추리소설이라는 거창한 단어는 들어 있지 않다. 오히려 역사물과 추리는 이야기의 지루함을 방지하기 위한 소설적 기교에 불과하다. 결국 이들이 쓰고 싶어했던 것은 애릭 시걸風의 캠퍼스 라이프와 우정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국내 프로모션 전략대로 우선 역사와 추리에 관해 이야기를 풀어봐야 겠다. 복잡한 이름의 수수께기같은 책은 소설의 서두에서 교양의 위기를 맞아 무언가를 숨기기 위해 마련된 지하실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소설의 수수께끼는 쉽게 풀리고 만다. 르네상스 시기의 이탈리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교양의 위기로 분류될 만한 사건이 사보나놀라의 피렌체 지배와 로마 약탈 혹은 정도는 약하지만 샤를9세의 이탈리아 침공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보나롤라의 피렌체 지배가 샤를9세의 이탈리아 침공을 기화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또 로마 약탈 시기에 오르시니와 콜론나 모두 이 사건에 직간접인 연관을 맺고 있었고 사건 자체가 매우 우발적이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답은 딱 하나 밖에 남지 않는다. 그러나 이마저도 중요하지는 않다.

이 소설에서 역사적 사건의 실체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우정과 사랑뿐이다. 또 추리 과정 역시 그렇다. 등장 인물 가운데 급격한 심정의 변화를 일으키는 인물은, 무언가를 빼앗겨 복수하거나, 복수할만한 능력과 동인을 갗추고 있는 사람은 한 사람뿐이다. 결국 이 소설에서 역사와 추리적 요소는 복잡한 장식에 불과하다. 게다가 소설에 등장하는 비밀문은 수수께끼가 복잡해지는 과정에서 순환 오류를 범하고 있다. 결국 작가들이 구상한 암호화 알고리즘대로라면 수수께끼 자체가 전혀 필요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그 이외의 부분에서 이 소설은 전형적이지만 꽤 재미났다. 그것도 막 다시 대학 생활을 시작한 나로서는 이런 분위기야 말로 한번쯤 제멋대로 상상해보곤 한 일이기 때문이다. 또 <다빈치 코드>보다 훨씬 낫다는 평론 역시 나에 한해서는 옳은 것 같다. 소설적 장치와 문장을 비교하기 전에 나 역시 <다빈치 코드>보다는 <4의 규칙>에서 더욱 살아 있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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