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다섯의 마지막 날

스물 다섯의 마지막 순간은 어울리지 않은 감기 속에 뉘엇뉘엇 넘어가고 있다. 하지만 흐릿한 정신때문이란 핑계로 이런 순간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넘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제 두 시간도 남지 않은 한해를 제대로 정리해 놓지 않으면 새롭게 시작할 시간들 역시 엉클어지고 난잡해 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의 스물 다섯은 어떤 시간이었을까? 긴 휴가가 끝났고, 깊은 호의와 애정을 가졌던 사람들 사이에 알 수 없는 간격이 생기기는 했지만 스물 다섯은 높은 성취감을 제외한 거의 모든 것을 가져다 준 시기로 기억될만하다. 아니 올해에 관해서는 더 이상 쓸 말이 없다. 새로운 막이 시작되고, 하나의 막을 끝내면서 많은 것을 어깨 너머로 흘려 보냈기 때문이다. 다만 스물 여섯이 되는 내년에는 내가 지인들에게 즐겨쓰는 인사인 ‘꿈꾸는 모든 것이 현실이 되는 그런 마법같은 삶’이 누구보다 내 삶에 먼저 찾아왔으면 좋겠다. 그것이라면 더 이상 바랄 바가 없다.

Bye ’05!

[#M_ 친구들에게 | less.. |

내년은 우리 모두 가장 마주하기 힘든 한해가 되지 않을까 싶어. 카산드라의 그것처럼 불길한 예언을 하자면 그 과정에서 우리는 더욱 멀어질테고 외로움에 익숙해질지도 모르겠어. 아니 서로를 찾고 의존하기 더욱 어려워지겠지. 하지만 설령 상봉점을 잃어 어디쯤에 삶을 투묘하고 있을지 알 수 없게 되더라도 우리가 서로를 많이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꼭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어. 우리 모두에게 하나의 끝과 새로운 모험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의 기로가 다가올 것이 분명하더라도 우리의 삶 자체가 변하거나 쌓아온 세월의 본질은 결코 변하지 않을테니 말이야.

비록 젊더라도 행복보다 건강을 먼저 빌께. 행복은 인고의 시간 속에 조금 늦게 찾아온다 하더라도 가치가 망실되지 않지만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니까. 내년에는 우리 모두에게 가장 좋은 소식이 찾아오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어. 각자의 의지가 가장 날카롭게 벼려지고, 험난 세파에 그것이 결코 부러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인생이 그런거지’란 자조 섞인 농담이 결코 우리의 것이 되지 않기를 바래. 아니 험담과 빈정거림 밖에 모르는 비천한 삶 대신 훼손될 수 없는 명예와 사소한 것들이 가져다 주는 기분 좋은 편안함을 음미할 수 있는 그런 한해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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