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ady

1.
오랜 시간 동안 난 이곳에 ‘어깨 너머’의 이야기에 관하여 줄기차게 써왔던 것 같다. ‘어깨 너머’를 추억하고 생각하는 일은 너무나도 비효율적이고 쓸모 없는 일이란 것이 요지였다. 하지만 속내를 고백하자면 실제로는 ‘어깨 너머’를 잊어본 적이 없다. 내게 있어 ‘어깨 너머’란 너무나도 열정적인 시기이고 잊고 싶어도 잊혀지지 않는 묘한 시간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에 와서 돌이켜 보면 더 이상 ‘어깨 너머’에 어떤 집착도 남아있지 않다. 지하철에서 노라 존스의 목소리를 듣는 동안 추정은 이내 확신으로 변했다. 이제는 준비가 되어 있다.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고, 다른 누군가에게 열정을 다하고, 다른 누군가에게 호기심과 참을 수 없는 사랑을 느낄 준비가 되어 있다. 이제야 말로 난 앞으로 걸음을 옮길 준비가 되어 있다. 너무 늦은 것이지도 모르겠지만 난 원래 빠른 듯하면서도 늦은 사람이니 애 탈 것도 없다. 조금의 유예가 더 필요하긴 하지만 마음은 조금씩 변할 준비가 되어 있는 듯 싶다.

2.
지난 겨울부터 나는 시험을 핑계로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게 무관심한 태도를 견지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사람들 가운데에서는 ‘나’란 존재보다 ‘유용성’을 토대로 나를 평가했던 사람들도 적지 않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사람보다 ‘유용성’을 토대로 ‘나’를 평가하는 사람들에게 느끼는 환멸은 전혀 사라지지 않았다. 난 어리광을 받아주는 최후의 보루도 아니고 필요할 때 쓰고 버리는 일회용 서비스 센터를 자청한 적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태도가 너무나 소중한 친구들에게까지 상처를 입혔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우리가 쌓아온 오랜 시간과 우정에 호소할 따름이다. 조금 시간이 지나 삶에 여유를 되찾고 급한 불을 끄고 나면 내가 먼저 지난 시간의 과오를 사죄하고 유감스러워할 것이 분명하다고 지금은 이렇게 밖에 말할 것이 없다.

3.
수업과 관련되어 ‘한경’을 견학했다. 너무나도 익숙한 것들을 바라보면서 사람들이 하는 일은 대개가 비슷하다는 추억에 휩싸일 찰나 달갑지 않는 사람이 말을 걸어 왔다. 내가 적을 두고 있는 이곳에서는 ‘칭찬 받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 사람들의 특징을 요약하자면 질문을 위한 의도적인 질문을 한다는 것이다. 사람 좋게 웃어 주었지만 한 번만 더 속보이는 짓을 하면 그렇게 보고 싶어하던 노하우를 보여줄 참이다. 대가 없이 얻어지는 것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또 쉽게 나오는 질문처럼 모욕적인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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