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my own

 억지로 띄운 굳센 표정 같은 것 따위로는 오랜 지기에게 속마음을, 걸음걸이만 보아도 들어나는 심리를 부모님께 감출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로에 서 있는 내 자신을 또 다시 만나게 된 사실이 참을 수 없을 만큼 화나지만 화내 봤자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나 자신이다.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있던 자아에 생긴 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갈 때는 차라리 아예 부셔버리는 편이 낫다. 자신감의 기초가 실력이 아닌 기대 혹은 꿈에 밑바탕하고 있다면 그것은 자신감이 아니라 위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자아를 포기하는 일은 어렵지만 헛된 자아를 지키기 위해 연기를 하는 것보다는 뭐든 다시 시작하는 편이 더 낫다. 그것만이 새로운 자신감을 획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라틴 격언 가운데 ‘Fidem qui perdit, nihil pote ultra perdere.’라는 문장이 있다. ‘명예를 잃으면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라는 문장이다. 나 자신의 부적절함과 소소한 운명의 농간 덕분에 이 격언이 의미하는 상황을 조금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스스로의 나태함과 운명의 냉혹함에 백기 항복하고 무장해제를 당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목까지 내놓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등골에서 느껴지는 싸리한 서늘함을 느끼며 하루를 사는 것이 지금의 나에게는 꼭 필요한 일이다. 이제 시간이 주는 유용함을 모두 써버렸지만 돌이켜 보면 내가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시기는 항상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는 기로에서였다.

2 thoughts on “On my own”

  1. 명예를 잃으면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 멋진 격언 이네요 ^_^;
    무언가 고민하는 시기같네요. 남에게 보여지는 자존감보단, 자기 스스로에게 보여지는 자신감이 중요하단걸 잊지 말고, 굳세게 나아가길 기원합니다.

    1. 예. 멋진 격언이지요.
      때늦게 찾아온 고민의 시기랍니다. 이제는 전략도 세부 계획도 다 세웠고 다음주부터는 실행에 옮겨보려구요. 참 조언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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