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사용자 삽입 이미지그럴 듯한 외관과 꽤나 이름값 높은 저자-그러니까 두 번쯤 접한 괜찮은 칼럼의 저자- 끌리는 제목에도 불구하고 반 페이지 짜리 리뷰면 충분한 책들이 있다. 프랭크 뉴포트의 『여론조사』가 바로 이런 부류의 책이다. 사실 처음 그를 알게 된 시기는 이라크전에 관한 갤럽의 조사 결과에 관한 칼럼을 읽게 된 무렵이다. 꽤나 흥미로운 칼럼이었고 명쾌한 문장으로 여론조사가 무엇이고 어째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를 설명하는 그의 칼럼을 통해 이른바 ‘내 주변은 이렇더라! ‘여론이 가지는 표본 한계를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여론조사』는 어떨까?

결론적으로 그의 책은 내가 읽었던 두 개의 칼럼에 살을 붙이고 그것을 지겨울 정도로 반복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반복이 지나치다 보니 칼럼에서는 읽기 좋았던 명쾌함이 책에서는 빈약함으로 변질되어 버린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굳이 책을 읽어보지 않아도 충분한데 부제인 ‘Why Leaders Must Listen to the Wisdom of the People’를 통해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결국 이 책은 정치인들이 여론조사를 의회에서의 의사 결정에 반영해야한다는 주장과 이에 따른 논거들을 몇 가지 사례를 통해서 설명하고 있는 꽤나 통속적인 구성을 따르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여기에 덧붙여 사람들이 여론조사에 대해 지니고 있는 오해들에 관한 짤막한 해설이 이 책이 담고 있는 전부다.

게다가 이 책이 지닌 진짜 문제는 너무 평이한 내용이라 도무지 읽을 재미가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대학 입학 전 겨울에 시간 때우기 정도로 보기에는 괜찮은 내용이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사고와 통찰의 깊이를 느낄 수 없다. 그렇기에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나오는 것은 지루한 한숨뿐이다. 물론 화려한 약력에도 불구하고 내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실수를 연발하는 역자의 무지를 조소할 때를 제외하면 말이다.

겉모습에 속아 꼼꼼하게 살피지 못한 스스로를 바보로 만드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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