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lling in memory

1.
두 해 전쯤 내 절친한 친구인 모는 짧은 문자 메시지 하나로 감정에 쉽게 휩쓸리는 나약한 사내의 낙인을 받고 블라인드 데이트에서 물을 먹은 적이 있다. 오랫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었으나 기실 나도 그 곡을 듣고 있노라면 비슷한 감정에 휩쓸린다. 오늘 지하철에서 파티셔플로 음악을 듣다가 François Samson의 연주와 조우하게 되었다. 내 짧은 언어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가슴 속을 매만지고 지나갔다. 오월의 아침처럼 싱그러운 추억이, 나 홀로 삭힐 수밖에 없었던 삐뚤어진 상처가, 조용하게 불타오르는 염원이, 끔찍하고 잔혹한 복수심이 마음속을 어지럽게 지나갔다. 혹자는 이 곡이 지닌 설명할 수 없는 마력 탓으로 모든 책임을 돌리기도 하지만 나로서는 속 편하게 그 의견에 동조하긴 아직 어렵다.

2.
<Skins>의 ‘Cassie’라는 에피소드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감정의 홍수에 빠져 버렸다. 거기에 이전 에피소드에서 토니라는 캐릭터가 합창단 앞에서 부른 ‘on the street where you live’를 듣고 있자니 술 한잔이 간절하게 생각난다. 어린 시절 <My fair lady>에 삽입된 이 노래를 얼마나 좋아했던지 갑작스레 떠올랐기 때문이다. 너무 오랜 시간 동안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기에 출처조차 기억나지 않는 노래가 되어버린 것은 나만의 잘못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잊어서는 안 될 노래를 잊어버린 것 전적으로 내 책임이다. (<about a boy>의 그 아름답던 눈을 가진 아역배우가 어느새 자라 사르트르의 『구토』를 읽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을 보면 그저 시간의 힘에 모든 것이 무색해지기도 하지만 말이다.)
 

3 thoughts on “falling in memory

  1. 사내 연애 끝에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으며, 삶에 매몰되어 가고 있는 듯. 김군이 그 아이를 안고 있는 사진을 봤는데 나름 행복해 보였음. 그 점집이 틀렸어.

    1. 점이 아니고, 사주보는 곳이었으니 얼마든지 fat-tail이 나올 수 있지. 그리고, 그 결과는 나와의 관계에서 나타난 것이니까 상대가 바뀌면 달라지는 것 아니겠어? 잘 살고 있다니 다행이네. 내게 나름 큰 교훈을 준 사람이니까 잘 살길 바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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