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트 위의 세 남자

이 소설의 존재를 안 것은 스무 살 무렵의 일이지만 실제로 그 소설을 인용한 것을 본 것은 코니 윌리스의 『개는 말 할 것도 없고』를 읽는 동안이다.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난 주인공은 우연히 ‘보트 위의 세 남자와 한 마리 강아지’를 조우하게 되는데 코니 윌리스는 이 소설에서『보트 위의 세 남자』가 지닌 명랑하면서도 경쾌한 분위기를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아마도 그때부터 이 소설을 읽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게 된듯 싶다. 해적판으로 100쇄나 찍어냈다는 전대미문의 소설. 영국문학의 정수로써 평가받지는 못하지만(비평가들은 대체로 이 작품에 냉소적인 태도를 견지했다.)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가장 가벼운 소설을 읽지 못한다면 내 看書癡歷에 가장 미진한 부분이 될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다.

세 남자와 한 마리 강아지가 떠나는 탬즈강의 보트 여행을 따라가는 일은 즐겁기 짝이 없다. 준비만으로 충분히 부산스런 런던의 하숙집, 갑문, 강둑을 지나치는 세 남자가 벌이는 게으름의 대결. 처량하게 내리는 빗속에서 벌어지는 대탈주. 사실 경쾌한 유머만으로 재미를 느끼기는 어렵다. 유머는 이야기를 돋보이게 하는 소재가 될 수는 있어도 그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캐릭터에서 비롯된 유머와 시의적절한 위트는 독자의 시선을 붙잡기에는 충분하지만, 독자에게 만족감을 전달하긴 어렵다. 소위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사람들의 기호와 만족감을 느끼는 순간은 그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채로운 요소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보트 위의 세 남자』는 이런 주장에 부합되는 가장 좋은 실례다. 유머와 위트가 돋보이기 때문에 일견 스탠딩 코메디의 말장난처럼 보이지만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묘사와 탬즈강 보트 여행 동안 지나치는 지역들에 대한 생생한 서술, 인간성에 대한 장난기 넘치면서도 따스한 통찰은 소설의 저변에서 이야기에 풍미를 더한다. 웃음을 이어가되 지나치지 않고, 여정을 진척시키되 지리하지 않다. 한꺼번에 몰아서 읽기에는 쉽게 배탈이 날 것 같은 책이지만 한 장(章) 한 장씩 읽다 보면 입가에 멀리는 만족스러운 달콤한 웃음을 쉬이 보게 된다.

눈에 띄는 유사성이 없음에도『허풍선이 남작의 모험』이나 독일동화집에 실린 슈라라펜란트 혹은 코케인의 이야기를 읽으며 만족스러운 기분을 느꼈던 독자라면 한 번쯤 읽어봄이 좋을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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