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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열 살배기 아이들이 좋아할 법한 소설이 인생의 쓴맛과 단맛을 반쯤 본 내 나이 또래의 청년에게 공감을 주기란 어렵다. 내 나이 또래의 청년이 원하는 추리소설이란 소름 돋는 살인과 악마적인 사고의 전환을 통해 인간의 악랄한 본성을 엿볼 수 있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등장인물을 보면서 스스로의 선함에 뿌듯함을 느껴보는 과정 역시 필수다. 하지만, 어린 시절 받은 추리소설에 대한 조기교육으로 말미암아 속임수와 복선이 복잡함을 즐기는 나로서는 이 선량하고, 어수룩한 소설에서 너무나 어렵고, 복잡한 것을 상상하는 바람에 되려 헛다리를 짚고 말았다.

사실 이 소설은 추리가 필요 없는 소설이다. 중반쯤에 작가가 음모의 주재자의 입을 빌려 해답을 넌지시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나로서는 이렇게 간단하고 단순한 트릭을 믿을 수 없었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머릿속은 내가 쓰고 지운 소름끼치는 동기와 음모들의 쓰레기로 어지럽혀져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얼마나 동심과는 거리가 먼 인간이 되었으며, 더럽고 추악한 가능성을 그 무엇보다 먼저 떠올리는 사람으로 자랐음을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내적 교훈을 제외하면 어른이 읽기에는 지극히 선량하고 사랑스러운 추리소설임이 분명하다. 코넌 도일과 애거서 크리스티 사이를 범주하는 어린 조카들에게 선물할 만한 가벼움과 재치를 지닌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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