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unch of unanswered questions

/가끔은 서늘한 그늘이 진 평상에 누워 트렁크만 입은 채로 모시 침구 속에 몸을 숨긴 채 언덕 마루에 넘어가는 구름을 세는 휴일을 꿈꾼다. 높은 베개를 베고 서재에서 꺼내온 소설을 한 아름 쌓아놓고, 귀에는 시원하지만 리듬이 번잡하지 않은 그리 유명하지 않은 밴드의 음악을 들으며 꽃내음 향긋한 프랑스 홍차를 홀짝이는 주말은 얼마나 여유로운가?

/내가 소설에서 헤어날 수 없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낯선 시대, 낯선 거리를 걷는 여행자로서의 만족감이다. 때로 펜 끝에서 흘러나온 문장은 어느 화가의 붓터치보다 더 강렬하게 한 시대를 함축한다. 결코 실제로는 경험할 수 없는 과거의 어느 순간을, 현대라는 볼썽사나운 폐허에 가려진 옛 거리를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는 것 또한 소설만의 특권이다. 그리하여 난 결코 소설이 그려내는 몽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

/무심코 열어놓은 창문 틈으로 가을 냄새가 쏟아져 들어왔다. 아홉 해 전 마르케즈의 납치일기를 품 안에 넣고 길을 걷던 순간에 느꼈던 냄새와 놀랄 만큼 똑같은 것이었다.

/내 나이 스물의 유행은 말 그대로 ‘stylish’한 일본소설을 읽는 것이 아니었나 싶다. 전공서적 사이로 보이는 가벼운 소설 한 두 권이 그 사람의 취향을 설명하기에 충분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큰누이가 대학에 입학하던 해를 기준으로 단체로 스무 살에 접어든 우리 집 같은 경우에는 이 무렵에는 이미 불씨조차 남지 않은 철 지난 유행에 지나지 않았다. 일본소설 특유의 재미에 싫증이 난 다음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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