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틱스강의 하우스보트

나처럼 허세를 부리며 약간의 인문학적 소양을 가졌다고 자랑하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으로서는 『스틱스강의 하우스보트』 같은 제목 자체를  그냥 지나칠 수 없는지도 모르겠다. 이승과 저승을 가르는 스틱스강에 떠 있는 하우스보트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유쾌함이 밀려왔고, 저승을 헤매는 영혼들이 나누는 대화가 어떤 것일지 궁금함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어쩌면 다시는 우디 앨런의 코메디를 보지 않겠다고 맹세했음에도 <Scoops>를 보게 된 것은 아름다운 스칼렛 요한슨 때문이 아니라 스틱스강을 건너는 와중에 이승으로 잠시 도망친 한 영혼의 행위가 이야기의 시발점이 된다는 설정에 반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고백하건대 시간 여행과 함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는 저승으로의 여행이다. 그렇기에 단테의 『신곡』에 열광했고, 사악한 오딧세우스가 심연에서도 여전히 고뇌하고, 불평하는 영웅들을 만났던 장면의 전율을 잊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스틱스강의 하우스보트』는 독자가 상상할 수 있는 범주 이상의 것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책과 이야기에 익숙한 독자라면 한 번쯤 생각해 봤고, 읽어봤을 이야기를 작가는 가장 손쉬운 방식으로 풀어놓는다. 그렇기에 재미는 있지만 깊은 여운을 남기지는 않는다. 또 유쾌한 웃음을 터트리게 하지만 이내 공허한 침묵으로 독자를 밀어 넣는다. 저승의 영혼들이 벌이는 논쟁은 즐겁지만 산뜻하지는 않다. 기발한 소재와 역사적 인물에 대한 이해는 높이 살만하지만 이것을 제외하면 이 짧은 소설 속에서 어떤 아름다움도 찾을 수 없다.

-피곤한 퇴근 시간에 지하철에서 서서 보기 좋은 책. 잠시의 유쾌함을 위해 의식을 의탁하는 것에는 무리가 없겠지만 읽고 난 뒤의 허망함에 대해 단단히 각오를 하고 책장을 넘겨야만 하는 소설.

2 thoughts on “스틱스강의 하우스보트”

    1.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소재에는 어울리는 문체였습니다. 후한 점수를 주긴 어렵지만 그럭저럭 평균점은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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