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승리, 바다의 지배자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를 걷는 일은, 피레우스의 향기를 맡고, 수니온 곶에서 지중해를 항해하는 배들은 바라보는 일은 어린 시절부터의 소망이었다. 만약 그리스 재정위기만 없었더라면 이런 내 소망은 작년에 이루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요즘의 그리스는 관광객들에게마저 위험해 보인다.

현대의 그리스는 잠시 접어두고 찬란했던 지중해의 여왕이었던 아테네 제국의 수도 아테네로 돌아가 보자. 앙드레 보나르의 ‘그리스인 이야기’를 통하여 우리는 그 시대 아테네가 단순히 찬란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란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야만과 문명, 합리적인 지성과 비이성적 광신이 묘하게 섞여 있던 고대의 이 도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살라미스 해전에서 페르시아를 격파하며 중흥을 이룬 도시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패배를 거치며 잠시 주춤했다가 이내 불사조처럼 다시 살아나 맹위를 떨쳤다. 종국에는 대왕의 장군들에게 피레우스가 함락당하며 독립된 도시 국가로서의 영광에 종지부를 찍지만, 플루타르크가 그려낸 영웅들의 삶은 현대에도 거대한 영감의 원천이다.

헤일은 이런 아테네에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한다. 해군이라는 시스템을 통하여 어떻게 도시를 발전시키고, 아테네 제국이 되었으며, 부활과 쇠락을 반복했는지를 명쾌하게 설명한다. 사실 이런 역사 해석의 궤적은 나폴레옹 전쟁과 대영제국의 성립이라는 고전적 주제의 아테네 판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대포와 해상 제국’의 성립이라는 담론의 고대판 버전일지도 모르겠다. ‘노잡이 아테네 시민과 해상제국’이라는 제목으로…

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었던 옛날이야기에 가까웠던 역사에 현실성을 부여한다. 신화에 가까웠던 영웅들의 전투가 아니라 피레우스에 거주하던 평범한 하류층 노잡이들과 배를 지휘하던 상류층 선장들이 어떻게 흑해 연안의 밀을 토대로 상업 도시를 유지하고 경쟁국을 제압했는지를 그려낼 뿐만 아니라, 오만이 만들어낸 패배 과정을 손에 잡힐 듯 그려낸다. 헤로도토스의 역사나,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 문학성에 사실적 색채를 더하기를 원하는 독자에게 이보다 나은 선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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