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제국들

어린 시절이나 지금이나 지중해는 마법처럼 나를 사로잡는다. 어쩌면 지중해라는 단어 자체가 내포하고 있는 마력에 빠진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성인이 된 지금까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지중해를 배경 으로 한 역사책이고, 여름이면 지중해를 보고 싶어 안달이 난다. 로저 크롤리의 『바다의 제국들』은 바로 바로 이같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언제인가는 로도스섬의 중세 성채를 가보겠다고 마음 먹은 사람들. 몰타의 발레타 요새에서 지중해를 바라보고 싶은 사람들. 육박전을 치루는 갤리선과 성채같은 갈래아스가 벌이는 전투를 상상해본 사람들.

KOR9788991221598『바다의 제국들』은 ‘황제’ 또는 ‘세계의 패권’이라 부를 수 있는 힘에 취한 군주들의 이야기이다. 세계의 패권은 오직 한 사람에게만 허락되기에 합스부르크가와 오스만투르크는 지중해 세계 전역을 대상으로 자신의 우월성을 주장한다. 한편으로 우월성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위신과 힘을 갖추어야 한다. 합스부르크가가 지배하는 지중해 서편에는 로마와 빈이라는 전략지점이 존재하고, 지중해 동편에는 메카와 이스탄불이란 전략지점이 존재한다. 그리고 두 세력은 육지와 바다에서 격돌한다.

하지만 이런 격돌이면에는 이면에는 지중해의 조류와도 같은 거대한 흐름이 존재한다. 아테네가 흑해의 밀을 토대로 해상 제국을 세웠고, 아이고스포타미에서의 승리로 스파르타가 아테네의 흑해에 대한 통제력을 파괴한 것처럼, 아나톨리아 반도에 근접해 있는 로도스섬은 이집트에서 이스탄불로 향하는 밀의 수송을 방해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고 이 때문에 슐레이만의 공격 목표가 된다. 몰타 역시 다르지 않다. 트리폴리의 이슬람 세력이 시칠리아를 건너 로마로 진격할 수 있는 지점에 위치한 몰타는 제2차세계당시 독일군이 아프리카 전선을 열기 위해 공격한 것과 같은 이유로 표적이 된다. 이 얼마나 기묘한 우연의 일치인가?

로저 크롤리는 시오노 나나미가 세 권의 책에서 그리고자 했던 16세기 지중해의 향방을 한 권의 책으로 그려낸다. 하지만, 그가 그려내는 역사의 깊이와 아름다움은 그녀에 비할 바가 아니다. 헛된 욕망과 인간의 어리석음. 그것이 만들어내는 역사의 파노라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햇살 좋은 여름의 지중해는 찬란하게 빛나고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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