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월요일 아침에는 학교를 벗어난 김에 오랜 만에 극장에 들렸다. 월요일 조조영화를 보는 군상이 얼마나 다양한 의혹의 대상이 되는지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 이목이 없는 시간을 쪼개 도심까지 다시 나오는 귀찮음을 무릎 쓰게 할 정도로 대단한 것은 아니다. 영화의 시작은 열 시. 한 시간 반 동안 스타벅스 2층에 앉아 민트향 타조 핫 티와 스콘을 시켜놓고 책을 폈다. 한참 동안 모형을 도해하고 정리하다가 유리창에 반사되는 내 모습을 우연히 보았다.

사실 유리창에는 지금의 내가 아니라 스물 셋의 내가 떠올라 있었다. 무엇이 좋은지 말쑥하게 웃고 있는 그의 표정을 바라보고 있자니 갑작스레 궁금한 것이 생겼다. 당시의 그는 영원한 것을 믿었을까? 사람을 믿었을까? 그는 행복했을까? 3년 후 같은 시간대에 그 자리에 혼자 있을 줄 알고나 있었을까? 그것도 아무런 회한도 설렘도 없이?

아쉽게도 난 그의 대답을 잊어버렸다. 당시와 별다르지 않은 옷차림에 같은 차를 마시고 있으나 이제 그는 혼자 걷는 길을 두려워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들이 줄어들었으며 오래 살고 싶어한다. 휠씬 야심만만해졌으며 외로움은 더 적게 느낀다. 당시의 그가 소년에서 청년이 되어가는 마지막 과정에 놓여 있었다면 이제 청년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첫머리에 서 있다.

영화는 재미있었다. 하지만 영화가 지닌 잠재적 가능성에 비해서 썩 잘된 영화는 아니었다. 조금 더 짜임새 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었으나 정상을 향해 차오르기 전에 마무리를 지어 버렸다. 아니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였더라면 한층 깔끔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밉지는 않은 영화였다. 영화 속의 키스는 당혹스러울 만큼 부러웠고 어둠 속에서 시간은 쏜 살처럼 흘러갔다.

상영관을 나와 에스컬레이터에 오르는 동안 잠시 옥외 테라스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펜스에 몸을 기대고 있는 그녀가, 상기된 얼굴로 음료를 마시는 그녀가, 작은 부채로 더위를 식히고 있는 그녀가 보였다. 그녀들을 향해 가볍게 목례를 했다. 이젠 정말 안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