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혁명사, 1215, 경제학콘서트

사용자 삽입 이미지  로마혁명사(the Roman revolution /written by Ronald Syme)
로마사에 관련된 책을 읽다보면 행간을 통해 그 존재를 감지할 수 있었던 책이 바로 『로마혁명사』이다. 단순한 짐작을 넘어 실제로 출간된 책을 만났을 때의 기쁨은 커피와 홍차를 모두 끊는 한이 있더라도 자금을 융통해 사야만 한다는 의무감으로 발현되었다. 1차 사료를 제외한다면 기번의 『로마제국쇠망사』와 함께 가장 많이 인용되는 2차 사료의 하나이자 그에 견줄만한 재미를 지닌 유일한 책이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그의 다른 저작이 완역될 일은 없을 것이 분명하다는 사실과 이 책을 읽은 이후에는 로마사에 관련된 저작들을 판단하는 내 기준이 한층 엄격해질 것이란 사실이다. 작가는 많지만 명확한 통찰력을 지닌 작가는 드문 법이고 학자는 많지만 명료한 문장력을 지닌 학자는 그 보다 더 드물다, 그렇기에 이 두 가지를 모두 가진 사임의 『로마혁명사』는 역사서로써나 정치학 서적으로써 부족함이 없다. 『갈리아 전쟁기』와 『내전기』, 『키케로 서간집』 다음에 읽을 책으로 이보다 더 나은 것은 없으며 타키투스의 『연대기』를 이해하기 위한 선행 과정으로 꼭 읽고 넘어가야 할 책이 아닌가 싶다. 인간성과, 국가, 정체, 그리고 정치의 본질을 명확하게 꿰뚫은 식견은 사마천의 사기에 못지않으며 2백년 이후에는 기번의 쇠망사가 차지하는 위치를 공유할 것이 틀림없다.

  1215 마그나카르타의 해(the Year of MAGNA CARTA /written by J.Gilingham, D.Danziger)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값을 치른 기억이 없기에 한참이나 입수 경위를 기억하기 위해 애썼던 책. 지난 봄 『세 명의 사기꾼』을 구매하며 덤으로 얻은 책이란 사실을 기억의 역주행을 통해 겨우 밝혀낼 수 있었다. 촌평하자면 조나단 스펜서의 필치로 1215년 존 왕 시대의 잉글랜드를 묘사한 느낌이다. 이런 역사 서술이 유행이라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으나 스펜서의 『왕 여인의 죽음』과 너무나 유사한 방식이라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플랜타지넷 왕조가 12세기 말엽과 13세기에 걸쳐 세계 제국이었다는 이야기를 부연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 세계 제국이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고, 그 구성원들이 어떤 삶을 살아갔는가를 누군가 보여줄 필요는 있다. 개괄사로 보기에는 다소 비정형적이지만 행간에 담긴 의도는 분명하다. 혹자는 주제를 중심으로 장이 묶인 이런 스타일의 역사 서술이 깊이감이 없다고 혹평할지도 모르겠지만 유행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가벼움에도 불구하고 저자에게는 일관된 관점과 보다 혹독한 자료 해석 능력이 요구되는데 훈련된 역사학자가 아닌 일반 독자로서는 오히려 이 편이 인식의 저변을 확장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꺼려질 정도로 유행에 충실한 서술에도 불구하고 어느 한 부분 나무랄 부분이 없다는 기이함을 갖추었기에 절판에 가까운 현재의 상태가 아쉬운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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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학콘서트(Undercover economist /written by Tim Harford)
『경제학 콘서트』가 처음 출간되었던 지난 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생각이 있다면 시류에 영합한 그저 그런 책이란 생각이다. 물론 매우 쉽고 친절한 책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철학이 부재한 책들에 쉬이 끌리지 않는다. 만약 이 책이 『괴짜경제학』보다 먼저 나왔다면 다른 느낌으로 읽었을 것이라는 사실마저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염기하고 싶은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 완전히 굳어버린 머리를 풀어주기 위한 목적으로는 제법 훌륭하나 그 이상을 바란다면 무리인 책이 아닐까? 타인에게 좋은 책이 나에게 좋은 책일 이유는 없다. 명쾌한 논리에 기반 한 간결한 설명도 자꾸 들으면 지겨워지는 법이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니 이런 평가는 극단적이지 않은가 싶다. 다른 장은 몰라도 중국에 관련된 마지막 챕터에 소개된 사례만큼은 오랫동안 잊고 있었기 때문이다. 2000년이 시작되면서 불기 시작한 중국 열풍 속에 모난 성격의 나는 ‘중국을 알자’ 류(아마 2001년에 출간된 차이나 쇼크이후 얼씬도 안한 것 같다)의 책들에 과민 반응을 보이곤 했다. 하지만 간만에 읽은 중국 경제개발 과정은 꽤 흥미로웠다. 호의적이긴 하나 균형을 잃은 정도는 아닌 딱 정당한 선에 걸친 서술이야말로 독자의 집중력을 사로잡을 수 있는 선결 조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