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포로원정대

  세상에 가장 결합하기 힘든 문학 장르가 있다면 그것은 포로 경험을 다룬 전쟁 문학과 등반기를 다룬 여행 문학이 결합하는 경우일 것이다. 자유가 극도로 억압된 포로 상태와 자연과의 극한투쟁 상태인 등반 활동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아니 사실 가능성은 존재한다. 필사의 탈출을 위해서 험난한 산악 루트를 통과하는 경우라면 두 장르가 결합할 수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경우는 경험에 기반한 에세이보다는 허구인 소설에 가까울 것 같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 가지 예외가 있다. 바로 ‘미친 포로원정대’가 바로 그것이다.

 ’미친 포로원정대’는 동아프리카에서 영국군에 억류된 이탈리아 민간인들의 포로로서의 삶을 다룬 훌륭한 전쟁문학인 동시에 케냐산을 등반하는 과정을 다룬 등반기다. 자유를 잃은 상태에서 기약 없는 전쟁의 끝을  기다리면서 같은 소설을 수없이 반복해서 읽고, 같은 이야기를 수없이 반복해야 하는 지루한 삶 속에서 발견한 설산과 그 산을 등반하겠다는 황당한 꿈.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준비와 실행 과정. 숨 막힐 정도의 긴장감은 아니지만, 이들의 등반은.

 사실 여기까지가 2015년 10월에 쓴 글이다. 정확하게 4년하고 한 달이 지난 지금 쓰던 글을 마무리하려 보니 무슨 문장을 쓰려고 했는지, 어떤 내용의 책이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시시포스에게나 어울릴 기나긴 전쟁의 끝을 자유를 억압당한 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눈에 띈 설산, 가장 필수적인 등반 장비도, 등정 코스에 대한 정보도 없이 그저 산에 오른 사람들이 마주친 경이와 험난함. 성공의 뿌듯함과 다시 수용소로의 귀환. 이 책을 요약하는 문장은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눈을 감고 기억을 더듬어 보면 이들이 케냐산에서 겪은 하루하루가 예사롭지 않다. 전쟁이 끝나고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가 일상을 살게 되었을지라도 이들은 항상 케냐산에서 겪은 하루를 기억하며 진정한 친구로 남게 되지 않았을까? 고난과 그 속에서 행복했던 시간을 함께 평생 나누고 기억에 살을 붙이며 그렇게 나이 들었을 것 같다.

 이것이야말로 이들이 받은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마흔을 두 달쯤 남긴 지금에야 이들이 하산길, 정확하게는 수용소로 돌아가는 길에 느꼈던 자유로움의 실체가 무엇인지 알 것 같다. 몸이야 다시 수용소라는 굴레에 다시 얽매이겠지만, 한 번 영혼에 새겨진 성취감과 자연의 경이, 고양감은 수용소 따위로 다시는 묶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