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 오브 뮤직

며칠 전 아마존에 주문했던 <사운드 오브 뮤직>이 도착했다. 하루를 시간 단위로 나누어 써야 하는 문제의 두 주지만 잠시 틈을 내본다.

내 주변에는 유난히 <사운드 오브 뮤직>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시간의 강을 한참 거슬러 가다 보면 1992년쯤 그 첫 인물과 조우하게 되는데 그가 부르는 ‘Do-Re-Mi’가 무슨 연유로 고까워 보였는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아무튼 당시의 내게 줄리 앤드루스는 부잣집 마나님 자리를 노래 하나로 꿰어 찬 성분 불명의 전직 수녀에 지나지 않았고 그보다는 스위스로 탈출한 이후 이 대가족의 호구지책이 불분명하다는 사실이야말로 내 관점에서는 진짜 심각한 문제였다. 하지만 생각을 여과 없이 말하는 행동은 예나 지금이나 권장 사항이 아니다. 날 선 말투야 말로 선량한 아이들의 꿈과 마음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작년 11월의 첫째 수요일. 리젠트 스트리트에서 까나비 스트리트로 길을 바꾸어 가던 순간 귓가에 ‘my favorite things’가 들려왔다. 인파 속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에 다소 의아할 무렵 눈 앞에 <사운드 오브 뮤직>의 리바이벌 공연을 알리는 거대한 광고판이 보였다. 그 순간이었던 것 같다. 오랜 덤덤함을 털기에는 지금보다 더 좋은 때는 없을 것이라고 어떤 목소리가 작지만 분명하게 속삭이기 시작한 것은.

사실 우연은 절대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 길에 London Palladium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How do you solve a problem like Maria? >를 보면서 코니 피셔가 평범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노래 하나는 잘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보다 한참 전에는 스칼렛 요한슨이 마리아 역을 고사했다는 가십을 읽은 적도 있다. SJ의 풍만한 몸매는 좋아하지만 그녀가 마리아를 연기하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넌센스에 가깝다. 무엇보다 내 도전 의지에 불을 지른 것은 연말까지 전회 매진 되었다는 극장 직원의 퉁명한 목소리였다.

좀 성급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운드 오브 뮤직>은 <레미제라블>에 필적할 만한 뮤지컬이다. 그 작은 오케스트라가 만들어내는 소리는 깜짝 놀랄 정도로 서정적이다. 바이올린 주자는 마음 속 깊은 곳에 꼭꼭 숨겨놓은 고독함을 어루만질 정도로 빼어난 연주를 자랑하며, 코니 피셔는 고작 열 번 남짓의 프리뷰만에 무대에 완벽하게 적응했다. 생리적인 눈물 이외의 것이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완벽하게 무시하던 내 삶에 감동이 만들어내는 무언가 끈적한 것이 찾아왔다는 사실을 고백하는 일이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무엇보다 <사운드 오브 뮤직>은 근래 웨스트 엔드의 유행이 되다시피 한 수직 공간을 2개로 분할함으로써 얻는 공간감 대신에 사선과 거대한 원반을 이용해 수직 공간을 평면으로 바꾸는 기염을 토했다. 숨겨진 크레인과 잘 계산된 구조 공학이 만들어내는 무대의 변형과 결합은 단지 놀랍다라는 말로는 표현하기 어렵다. 잘 짜여진 무대와 규모를 능가하는 실력을 보여준 오케스트라(?), 프리뷰를 제외하면 고작 2번째 공연임에도 손발에 척척맞는 배우들의 호흡. 1막에 비해 2막의 이야기 전개가 조금 덜 매끄러운 연출이었지만 여러 장점들에 가려 불평할 작은 틈조차 찾지 못할 정도의 공연이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앨범은 공연만큼이나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내가 느꼈던 감동이(정확하게는 내가 기억하고 느낌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아무리 좋은 이어피스로도 제대로 표현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등장 인물 하나하나가 내가 본 공연과 어떻게 다르고, 작은 디테일들이 변했는지를 찾아보는 일은 즐겁다. 하지만 이런 잔재미도 진짜 공연에 비하면 하품 나올 정도로 지겨운 재미에 불과할 뿐이다.

P.S. leave a message, if you want musical numb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