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베드 the show

예술의 전당에 갈 때면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오페라 하우스로 들어갈 일이 생길 때면 카메라를 챙기지 않거나 필름을 모두 써버리고 들어가게 된다. 텅 빈 낭하의 원주에 등을 기대고 중앙 궁륭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입체감을 좋아했을 누군가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월극장에서 즐겼던 이런 짧은 감상도 프로그램을 펴자마자 깨지게 되었다. 이페머러를 수집하는 취미가 있는 나로서도 용서할 수 없을 만큼 헐거운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다.

헐거운 프로그램의 실망감은 극이 시작되고도 계속되었다. 사실 영화나 극본이 아닌 진짜 연극으로 본 맥베드는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내가 본 <맥베드 the Show>는 직접적으로 비교할 대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배우들의 발성에도 문제가 있었고, 연극 배우 특유의 큰 액션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한 주연 배우의 액션도 답답했으며, 인물의 내적 갈등이 마음 속으로 다가오지도 않았다.

대사에 있어서 반복구는 지겨울 정도였으며 갈등은 반복구에 의해 심화되고 확장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연출자가 잠시 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맥베드의 갈등 구조를 왕권이라는 특수 권력 관계에 기인한 인물들 사이의 갈등으로만 포커싱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일부 장면에서 맥베드라는 인물에 관해 관심을 집중시키려는 노력을 보이기도 했지만 무대상의 인물 배치에 있어서 이를 실현시킨 경우는 드물었다. 이를 무대 중앙과 무대 측면이라는 인물의 이동을 통해 인물의 비공식적인 면모를 표현하려는 연출로 봐야 할지도 모르나 그렇게 해석하기에는 너무 많은 장면에서 권력적 측면에서 대립 관계에 있던 사람들이 무대 사이드를 오래 차지 했다.

하지만 비극 <맥베드>에서 벗어나 한 편으로 show로서는 만족감이 높은 공연이었던 것 같다. 그로테스크한 무대 디자인과 군무에 가까운 단역 배우들의 액션은 뮤지컬의 한 장면 같았고 새로운 연출적 장치들도 많이 선보였다. 하지만 맥베드에게 미래를 예언하는 마녀들의 경우는 고전적인 연출을 사용하는 편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극단 내부의 적은 배우 숫자로는 마녀들을 모두 표현하기 힘들었을 수도 있으나 단순한 마이크 시스템에 의한 마녀들의 예언은 감흥이 없었다. 누가 뭐래도 맥베드의 가장 중요한 장면은 올곧은 장군을 탐욕스런 찬탈자로 만든 마녀들과의 조우가 아니던가?

끝으로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사실은 <맥베드 the Show>가 필요 없는 노출을 조금 과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 상식과 해석 능력으로는 의미 없는 노출이 연출가에게는 중요한 의미 지닌 것인지도 모르나 예술적 표현으로 이해하고 태연한 척 보기에는 난 꽤나 속된 사람이고 집중력을 떨어트리기에 충분한 요인이었다는 사실을 시인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