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향기

 과거의 나에게 커피는 내 기호를 선전할 수 있는 어떤 매개체였다. 카라멜 마끼아또를 좋아한다는 또래의 여자 친구들을 보며 쓴웃음을 짓는다던지, 단맛에 커피를 홀짝이는 같은 연배의 사내 녀석들을 보면서 오만한 미소를 짓던 막된 취미를 지향했던 시기가 나에게도 있었던 듯싶다. 그러나 지금 누가 나에게 커피에 관해 묻는다면 할 말이 남아 있지 않다. 이제는 외출 전 양치질이나 다를 바 없는 삶의 한 요소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커피 한 잔을 마시지 않는다고 삶이 위협받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절대 일상의 삶에서 빠지지 않는 그 무엇이 되어버렸다고 해야 할까? 자연히 타인의 취향에 관심도 없다. 그 혹은 그녀가 마시는 커피 취향으로 그 사람을 판단해 보던 엉뚱하다 못해 화가 치미는 버릇 역시 사라진지 오래다. 커피는 그저 음료에 불과하다.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커피 향기』에 대한 리뷰를 쓰기 전에 이렇듯 커피에 관한 소고를 늘어놓는 이유는 단순하다. 이 소설이 전술한 커피에 대한 짧은 단상을 소설의 형식을 빌려 늘어놓은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분명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커피에 대한 욕구가 사라지지 않는다. 크레마와 향에 대한 환상적인 묘사 앞에서 베로나의 오래된 시가지에서 맛보았던 환상적인 에스프레소 맛과 빈의 오래된 커피 하우스의 분위기를 되새김질 해본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물 한 잔의 배려’를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은 분명 즐겁다.

  그러나 소설 자체만 놓고 보자면 형편없는 소설에 불과하다. 이 소설의 기본 플롯은 커피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 즉 커피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정치적 결사 역시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명제에 대한 증명이며, 헐리우드 액션물에나 등장할 서투른 모험에 다소 비정상적인 캐릭터를 섞어놓은 종이두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남자 주인공은 겁 많고 소심한 편집증적인 남자이고, 여자 주인공은 아예 십대가 그린 조악한 스케치처럼 의미 없는 몸짓만 내보인다. 굳이 이 소설에서 칭찬할 점을 하나 들자면 시종일관 커피에서 관심을 떠나지 않는다는 사실 하나 뿐이다. 이마저도 커피에 관련된 짧은 에세이를 한 편 읽거나, 커피의 역사에 관한 짧은 핸드북을 보는 편이 낫다. 그럴듯한 외관에 속아 적지 않는 사람들이 읽게 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 속에는 전혀 남지 않을 운명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