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doners

작은 갤러리에서는 이제는 과거의 추억 정도가 되어버린 스팅의 목소리가 낮게 흘러 나오고 있었고 아름다운 도슨트의 연한 향수가 열두 평 남짓한 전시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지기와 나는 셋 밖에 없는 공간을 느린 걸음으로 배회하기 시작했다. 평소보다 말수가 줄었고 더욱 고른 저음을 니욌디. 그리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자꾸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떤 작품보다 그녀에 대한 호기심이 더 많아졌다. 하지만 장면은 스토리로 진화되지 못한 채 빈 벽에 걸렸다. 다른 모든 사건들이 소소한 일상이 되어 벽에 걸리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화랑의 벽을 채우고 있는 정지된 사진들 속에서는 바람의 움직임이, 사람들의 속삭임이, 아이들의 뜀박질이 느껴졌다. 창 밖 세상에 대한 동경과 규범적인 구도가 파괴되면서 발생하는 아름다움이 공명을 일으켰으며 어떤 연작에서는 평범한 일상이, 계절과 하루의 순환이, 그리고 한 남자의 삶이 느껴졌다. 흑백 사진들은 왜 사진을 빛의 예술이라고 하는지 감각적으로 제시하고 있었고 일상의 하찮은 것들에 지고의 가치를 부여하는 작가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작품들은 황량하지만 슬프지는 않은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아니 슬프지 않은 것이 아니라 침묵에 담긴 조용한 웃음에 가깝다. 어쩌면 따뜻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촌스러운 소재 속에서 우아한 세련미가 느껴지고 흑백 속에서 무한한 따스함이 포착되며 프레임이 너머에서는 사랑이 숨쉬고 있을 것 같다.
사실 지금의 리뷰는 다분히 도식적이고 전형화되어 있다. 하지만 가끔은 도식적이고 전형적인 표현이 진실인 경우도 있다. 감각적이지만 절제된 감정의 깊이가 느껴지는 사진들을 바라보면서 아름답지만 감정과 기술 과잉의 시대에 접어든 우리 세대의 사진들이 떠올랐다. 90년대 유행하던 엽서 속에나 등장할 법한 사진 같다고 비아냥거릴 수도 있겠지만 그 엽서마저 사라진 요즘에는 결코 깨어나고 싶지 않은 몽환적인 느낌의 전시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