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링(Not now darling)

항상 드는 생각이지만 소극장의 묘미는 배우의 눈동자와 뺨의 작은 경련까지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객석과 무대사이의 거리가 주는 재미이다. 조명을 반사하는 눈동자는 때로는 불같은 열기로 타오르기도, 때로는 관능적인 나른함을 품고 있기도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눈동자는 마주보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강렬한 그런 눈동자들만이 아니다. 기실 내가 좋아하는 눈동자들은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틈을 노리는 결의 혹은 예기치 못한 어긋남에 당혹한 눈동자이다. 복선을 암시하기 위해 영리하게 반짝이는 눈동자와 마주칠 때 공유하게 되는 은밀한 공모감은 말로 이루 설명할 수 없다. 게다가 소극장에서는 소품이며 무대며 코러스나 코믹 릴리프에 크게 신경을 할애하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것은 배우와 스토리텔링뿐이다.

대학로에서 공연 중인 레이 쿠니와 존 채프만의 코메디인 <달링(Not now darling)>은 이런 소극장의 재미를 느끼기에 충분한 연극이다. ‘도발적인 섹시 코메디’라는 광고 문구와 달리 목울대를 자극하는 관능적인 열기는 없지만 정신없이 꼬이고 꼬이는 상황극의 묘미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땀에 젖은 셔츠와 이마의 흥건한 물기는 사건의 심화를 웅변적으로 보여주며 속옷차림으로 뛰어다니도록 운명 지어진 미인들이 늘어갈수록 두 명의 남자 주인공이 해결해야할 문제 역시 난해함을 더해간다. 사실 <달링>의 연기는 열연이나 호연이라기 보다는 평범한 수준에 가깝다. 하지만 탄탄한 극작의 힘과 유쾌한 분위기는 범용한 연기를 호연 이상으로 느끼게끔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일부 배역들의 확연한 연기력 부족에도 불구하고 리드 캐릭터들의 중심 잡힌 캐릭터 해석은 부자연스러운 흐름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선보인다.

적절한 방백의 사용과 사건의 전개 가운데 깔린 복선. 복선을 고조화시키는 배우들의 의뭉스런 표정은 처음 접한 이야기임에도 리듬있는 해석이 자연스럽게 가능하도록 도왔던 것 같다. 부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팝콘처럼 즐기기 적절한 연극.

P.S.
신문을 통해 ‘극적 반전’이라는 말을 수없이 읽었으나 실제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쉬운 연극을 보면서, 거기에 배우들이 표정을 통해 ‘이 부분이 복선이예요’하고 성실하게 외치는 극을 보면서 반전 운운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 근래들어 이유 없이 유행하기 시작한 ‘Deus ex machina’를 입술에 올리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