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순간

사용자 삽입 이미지더 이상 번역될 벨린저의 소설이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은 독자에게 축복이다. 그의 교차 서술은 재미있지만 동시에 번역의 묘가 살아 있어야 재미를 느낄 수 있고, 반복해서 읽다보면 쉽게 지루해지기 때문이다. 『기나긴 순간』은 그의 소설 가운데 유일하게 봉인을 열 필요성을 느낀 소설이지만 동시에 가장 시시한 결말을 가진 소설이었다. 이미 소설의 초반부에서 검토한 가장 황당한 결말 가운데 하나로 이야기가 마무리 지어졌기 때문이었다. 너무나 황망한 결말이라 일고의 여지도 없이 제거해 버린 하나의 가능성으로 소설이 끝났을 때 독자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벨린저의 『이와 손톱』 수준의 완성도를 기대했던 독자라면 분노에 책장을 찢어버리고 싶은 욕망에 휩쌓이지나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