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_ Prologue | less.. | 휴학을 하기 전 발표 준비를 빙자해 까페테리아에서 아이스 커피를 마시던 난 쳇바퀴를 돌던 지루한 논쟁에서 잠시 벗어나고자 무심코 iTunes를 클릭했다. 보관함과 플레이리스트사이에서 평소와 다른 낯선 아이콘을 발견하게 된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던 것 같다. iTunes에 공유 기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리스트를 공유해 놓고는 있었으나 실제로 공유된 타인의 리스트를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사실 책장과 음악은 개인의 취향에 관한 많은 것을 말해준다. 친구집에 들려 맨 처음 둘러보는 것이 책장과 CD보관함이고 그 속에서 난 그와 일체감을 느끼며(사실 female인 친구들의 집은 까닭 모르게 좌불안석이라 지금껏 제대로(?) 관찰해 본 일이 없다) 서로의 유사점과 다듬어야 할 상이점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아무튼 내가 발견한 공유 목록은 매우 독특했다. 성별을 알려주는 지표가 되는 특정 아티스트의 앨범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장르의 편중이 없었으며 플레이리스트에 나타나기 마련인 현재의 주조적인 감정도 찾아볼 수 없었다. 나름대로 책장과 앨범을 통한 가짜 점쟁이 노릇에 정통 하다고 생각하던 내가 만난 최고의 난적이었다.
AP를 중심으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매킨토시를 켜놓고 있을 어떤 사람을 찾는다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상대 역시 내 공유리스트를 보고 있을 것이 틀림없었고 그 상황에서 어색하게 서로의 시선을 확인하는 일은 엿보기를 넘어선 페티쉬즘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상대 역시 같은 이유로 내가 먼저 떠나기를 기다리며 출입구를 주시하고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공유가 해제되고 출입구를 통해 빠져나가는 사람들 틈에서 노트북이 들어 있을 만한 가방만 찾으면 승리하는 비교적 간단한 룰이 얼굴조차 모르는 상대와의 사이에서 묵시적으로 합의되었다. 길고 지루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는 나보다 더 끈질겼고 1시간 이상 이어지던 승부는 꼬리를 말고 사라지는 내 뒷모습을 상대에게 들킴으로써 끝나고 말았다.
사실 여기까지가 블로그를 타고 들불처럼 번져나가던 음악 바톤을 보면서 한 과거의 회상이다. 난 끝내 그가 누군지 밝혀내지 못했는데 지금도 가끔 전화를 걸어오는 대학친구들의 목소리 저편에서 그 사람에 대한 풀리지 않는 호기심을 느낀다. 물론 이 음악 바톤은 유희답게 엿보기나 페티쉬즘보다는 호기심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그 호기심 속에서 난 그 사람과의 숨막히던 게임을 떠올리고 수없이 주고 받아진 바톤 가운데 하나쯤은 그의 것이 아닐까 하고 상상해 본다._M#]
[#M_ 1.컴퓨터에 있는 음악 파일의 크기? | less.. | _M#]
[#M_ 2.최근에 산 CD는? | less.. | Rebirth /Jennifer Lopez
날씨가 날씨이다 보니 시원한 음악이 듣고 싶었다. 기대수준을 매우 낮게 잡은 채 구매했는데 예상외로 좋았다. 역시 자본의 힘은 위대하다. 사실 같은 이유로 구매를 반복하다 보니 그녀의 음반을 다 모았다._M#]
[#M_ 3.지금 듣고 있는 노래는? | less.. | _M#]
[#M_ 4.즐겨 듣는 노래 혹은 사연이 얽힌 노래 5곡은?| less.. | 21살 이후 내가 들은 모든 음악은 iTunes을 통해 정리가 되어 있다. 간단하게 재생회수를 중심으로 정리를 해보니 다음과 같은 목록이 뜬다. 화면에 출력되는 선에서 사연이 있는 것만 골라 봤다.
Aria Da Capo / Goldberg Variation /Glenn Gould
2001년부터 축적된 재생목록에서 비교적 늦게 입수한 음반임에도 수위권에 올라서 스스로도 놀랐다. 이 곡에 대한 감상은 별도의 포스트로 존재한다.
Love Letter /Julie London
90년대 중반에 나온 <내가 쓴 것>이라는 영화를 통해 알게 된 곡 같다.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의 나에게는 전형적인 미인에 대한 선입관이 있었다. 객관적 아름다움만이 진짜 아름다움이란 편견에 빠져 있었는데 이 음악을 배경으로 등장하는 주근깨 많은 금발의 여배우를 보고 생각이 변했던 것 같다. 사실 영화를 떠나서 늦은 밤 흠모하는 마음을 우정으로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절박한 처지에 듣게 되면 줄리 런던의 목소리가 그렇게 애잔할 수가 없다.
Girl from Ipanema /Getz & Gilberto
휴학을 하고 훈련소에 가기까지 3개월 동안 무던히도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그 해 늦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유난히도 비가 많이 내렸는데 그 광경을 보며 이 음악을 듣고 있으면 내가 그렇게 처량할 수 가 없었다. 하지만 한해 뒤 겨울 아끼는 동생 녀석이 이 앨범을 들고 귀대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사실 지금도 왜 웃었는지는 잘 모른다. 그냥 이 곡에 취하는 것이 지인들의 통과의례가 아닌가 잠시 생각했다.
Misty /Ella Fitzgerald
나에게는 첫사랑과의 동의어이다. 그녀가 좋아했던 곡. 지금도 가끔 드라마의 배경음악으로 엘라가 부르는 미스티가 나오면 정신을 못 차린다. 한순간 시간의 흔적이 내 몸과 마음에서 사리지고 흡족해진 마음으로 오래 전 그 시간으로 돌아가는 데자뷰 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
Don’t know why/Norah Jones
이 곡에 대해서는 따로 쓴 포스트가 존재한다. _M#]
[#M_ 5.바톤을 이어받을 다섯분은? | less.. | N^5의 위력은 이미 좁은 네트워크의 한계를 넘었다._M#]
지난주 출시된 애플의 iWork 슈트에 포함된 워드프로세서인 Pages는 Quark나 InDesign같은 전문 출판 코디네이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상당히 화사한 모양새를 보여준다. 스캐너, 디지털 카메라 정도의 장비와 포토샵만으로도 그리 어렵지 않게 개인 용도의 얇은 잡지 한권쯤은 만들 수 있는 수준이다. 사용법은 쉽고 간결하며, 쿼크의 기본 개념과 키노트에서 애플이 보여주었던 패널 방식에 익숙해진 사람이라면 별다른 노력 없이도 손쉽게 사용이 가능하다.
사실 Pages의 진정한 강점은 Quark의 개념은 알고 있으나 세부적인 메뉴의 쓰임새에는 약한 유저들과 일반 워드프로세서보다는 뛰어난 결과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해 줄 수 있다는 데 있다. Pages는 Quark에서 잔손이 많이가는 수많은 작업을 능률적이고 직관적으로 처리해 낸다. 페이지 내에서 다단과 일단을 오가는 교차 편집도 가능하고, 오브젝트를 처리하는 인터페이스는 쉽고, 간단하며, 강력하다. 사실 워터마크의 삽입과 드롭 캡을 구현할 수 없다는 점만 빼면 Pages는 현재 상태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Pages를 정식 인쇄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른다. CYMK용 기준선을 지원하지 않으며, 대용량 인쇄물을 편집하기 위한 보조창이나 홀더가 없다. 무엇보다도 인쇄물에 적합한 레이아웃을 형성할 다양한 보조선을 임의로 설정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PDF나 사무용 프린터, 개인용 인쇄물 정도에서는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지만 전문적인 코디네이터와 비교해 보자면 한참 모자란 미들 포지셔닝의 소프트웨어다.
그러나 그렇다고 Pages의 장점이 희석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워드프로세서에 비해 저렴하면서도 뛰어난 결과물을 보장하며 포함된 템플릿의 디자인은 정말 빼어나다. 템플릿을 용도에 맞게 변형시키는 것만으로도 우아하고, 비례적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애플이 만들어낸 템플릿의 디자인은 정말 다양하게 응용할 쓰임새가 많고, 편집의 원칙에 충실하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MS Word 2004의 익숙함에도 불구하고 Pages로 이주하기로 결정!
[#M_ P.S. | less.. |
친구들과 누이들에게 장난을 치기 위해서 만든 PDF파일의 캡쳐. Pages의 inspector는 쉽고 간결하다. 특히 오브젝트의 그림자 처리와 스타일의 손쉬운 활용이 마음에 든다.
35페이지에 칼라를 쓰는 잡지는 그리 흔한 것이 아니라는 경험적 사실과, 정식 인쇄물에서는 단락을 저 정도로 많이 띄는 법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몇몇 친구. 아마추어 냄새가 나는 편집에 의심을 품을 전문가가 아니라면 대체로 속을 줄 알았는데 아무도 안 속았음.
출력물의 판형을 A4로 잡은 것과 평소에 장난을 많이 걸다보니 이제는 양치기 청년으로 굳어진 이미지가 패착의 원인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Keynote에 이어 Pages까지 릴리즈 됨으로써 office를 사용하는 이유가 엑셀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_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