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 Nature!

iCal에 메세지 알람이 떠올랐다.

’03 06 Confession을 열어 볼 것. 지금 내 마음은 어떻니? 여전히 그대로야? 어쩌면 쓴웃음을 짓고 있을지도 모르겠고, 내가 언제 그랬나 발뺌 할지도 모르겠군. 그것이 나니까 말이야…

마음이란 참으로 이상한 것이야.
지난 몇달동안 내 마음 몰라주는 자네가 야속하기만 했는데,
이제는 내 마음 알고도 모른척하는 자네가 야속하다네.

처음에는 그저 좋은 배경만으로도 충분할 듯 싶었다네. 자네 기억 속에 잠시나마 좋은 배경가운데 하나로 기억되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았어.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욕심이 커지더군. 자네를 보면서 하루는 행복하고 하루는 괴로운 상태가 시작된 것이 이즈음이 아닌가 싶다네.

좋은 배경으로 기억되기에 자네는 내가 너무 사랑하는 무언가가 되어버렸다네. 기억에서 쉽게 사라지는 배경에서 좋은 배경으로 그 다음에는 무언가 의미를 지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네. 움직일 수 없는 배경 대신에 무언가 살아있는 존재가 되고 싶었어.

정말 끝이 없는 것이 욕심이라는 것을 인식한 것이 이때부터라네. 자네를 보고 있노라면 너무나 행복했기에 난 억지로 행복한 웃음을 지워야했고,가끔 자네를 보고 무의식적으로 흘리는 웃음을 주워담기 위해 온갖 꼼수를 다 부렸다네.

처음에는 마냥 좋았다네. 그 다음에는 괴롭기 시작했어. 운명이라는 것이 항상 호의적이기보다는 적대적이라는 사실을 몸으로 체득하고 있기에 모든 것이 두려워졌네. 내 마음 들킬까 무서웠고, 그 보다 무서운 것은 자네의 기억 속에서 ‘우스운 녀석’쯤으로 잠시 기록되었다가 점차 희미해지는 것이었다네.

지난 시간동안 내가 얼마나 괴로웠는지 그리고 내 마음이 얼마나 타들어갔는지 자네는 모를 것이네. 아마 평생 모를 것이야. 결코 말하지 않을테니. 다시는 사랑이라는 것이 찾아오지 않을 줄 알았다네. 다시는 사랑이라는 단어에 집착하지도 아니 모든 얽매임으로부터 초탈할 줄 알았어. 하지만 지금의 난 자네의 마음에 매달린 가엾은 영혼에 불과하다네.

다시는 찾아오지 않으리란 믿었던 사랑에 너무나 혼란스럽고 당혹스럽다네. 내 삶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 자네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자네를 볼 수 없는 것만으로도 괴롭고, 자네의 기억에서 지워질까 두렵고, 자네가 없다면 나 역시 존재할 수 없을 정도로 자네를 사랑한다네. 자네의 작은 관심에 행복하고, 자네와 공유하는 시간을 머리속에 꼭꼭 숨겨놓는 그 순간 순간이 너무나 소중하다면 믿을 수가 있을까?

삶은 지독한 아이러니의 연속이네. 자네를 사랑하기에 빈정거리고, 자네와 함께 공유하는 것을 만들기 위해서 다른 많은 것들을 쉽게 포기해버리는 나를 보면서 들은 생각이라네.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네.

Modity(2004.4.24) 인생은 아니러니다. 멋적은 표정으로 멋적게 웃을 수 밖에 없는… 나도 이런 문장을 쓸 때가 있었구나. 나답지 않게 너무 솔직한걸. 거짓을 진실처럼 말하는 것. 진실을 믿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특기가 아니었던가 싶은데 말이야.
시간이 지나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아니러니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을 보면 변하긴 변했나 보다. 표정이나 사고 방식이나 모두… 나이를 먹은 게지 뭐… 그리고 더 이상 마음을 무겁게 만들지 않는 삶 저편의 무엇이 되어 버린 모양이다

방황은 별빛이다. 단 그것을 극복했을 때에만…

원철군…
회계와 재무를 하루 아침에 날로 먹으려 하다니 너무 자신 만만한 것이 아닌가? 재무와 회계는 여지간한 미녀를 얻는데 필요한 노력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하루가 지날 수록 기술은 정교해지고 개념은 복잡해져. 그러는가 하면 이런 일도 있네. 백오십년 전에 쓰여진 책에서 사용된 개념이 오늘날에도 시사점을 주지만 불과 일 전 인터뷰에서 언급된 포트폴리오가 식상해지기도 하지…

아무튼 회계와 재무는 우리네 전공의 기본기이니 열심히 하시게나. 그런데 교과서만 보는 것보다는 이런 저런 단행본들도 읽는 것이 좋을 거야. 개인적으로 에드워드 챈슬러의 금융 투기의 역사는 꼭 읽기를 바라네. 바지호트의 롬바르트 스트리트는 조금 어렵긴 하지만 금융 투기의 역사를 읽은 다음에는 무난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고….

1. 금융 투기의 역사: 에드워드 챈슬러
2. 월스트리트 제국사: 월터 고든(이름은 헷갈리네)
3. 황금의 지배 : 피터 번스타인
4. 미국경제대공황: 갤브레이스(이 양반이 쓴 경제학의 역사도 있지)
5. 롬바르트 스트리트: 바지호트(이코미스트지의 창간인이지)
6. 콜콘다: 이것도 생각이 안나
7. 천재들의 실패: 작가는 생각이 안나는군.
8. 골드만삭스: (리사 안들리크인가? 아무튼 비슷한 어감의 작가네)
9. 헤지펀드: 아침이슬이란 출판사에서 나왔네.
인터뷰에 담긴 포트폴리오가 흥미로운 책이야.

교과서로 차익 거래 모델을 넘어간 순간부터 아마 교과서로는 빈약하다는 생각이 마구 들거야. 왜냐면 교과서는 실제 시장을 토대로 모델을 설명하기 보다는 다분히 이론 모델로 개념만 설명해 주거든. 회계는 딱히 좋은 책을 모르겠어. 그러니 그냥 교과서 열심히 보고 연습장 새로 사는 재미로 살게나.

그런데 왜 8월 정진초 입성이 목표인가? 가시적이고 숏텀한 목표가 효율적이긴 하지만… 어쩌면 내가 사람들 많은 곳에서 공부하는 것에 대하여 회의적인지라 이러는 것인지도 모르겠어. 사람은 모일 수록 더 놀기 좋다는 고등학교 시절의 유쾌한 경험이 아직도 나를 지배하나봐.

가장 차분했던 날

이 길을 같이 걸었을 때는 스물 둘이었는데 벌써 스물 넷이나 먹어버렸군. 암담하기만 한 시간이지만 때로는 너무 훌쩍 흐른다는 생각도 들어. 요즘의 난 과거 따위는 없는 그런 유령인간처럼 구는데도 이 기억만큼은 아주 또렷해.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래.

이 길을 산책하면서, 시간이 흘러 다시 이 길을 산책하면서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어. 목에 걸린 가시처럼 나를 괴롭히기도 했고, 때로는 내 행동을 정당화시키는 기준이 되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 때 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아. 눈으로 본 것은 또렷한데 머리속으로 대충 생각해 놓은 문제들은 항상 잊어버리곤 하는 거잖아.

요즘 난 내가 한 실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 삶이란 것이 항상 그렇지만 아무일도 없었던 하루가 삶의 중대한 전환점이 되는 것 같아. 실수인지도 모르고 넘어갔던 과거의 한 순간이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몰고 오곤 하지. 그리고 그 날 내가 결코 포기할 수 없다 말했던 내 삶이 바로 그런 것이었음을 몇 주전에야 깨닫게 되었어.

뭐랄까? 구차하고 치사스럽기는 하지만 이제야 나에게 있어 정말 네가 중요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있어. 이런 저런 고통으로 난자당한 후에야 찾아오는 이런 깨달음은 항상 때늦은 것이란 생각이 들어. 하지만 돌이키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지? 너에게나 나에게나. 그리고 그 때나 지금이나 난 포기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으니 말이야.

난 늘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너에게만은 예외였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오래지 않아. 다른 사람을 위해서, 나를 아껴주지도, 사랑해주지도 않을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쓰여졌던 헌신이 왜 너를 위해서만큼은 한번도 쓰여진 적이 없는지 모르겠어. 내가 포기할 수 없었던 것들이 그렇게 중요한 것이었는지 이제는 가늠조차 되지 않는데 왜 난 생각조차 희미한 과거에 묶여 있는 걸까? 넌 이유를 아니? 난 모르겠어.

요즘의 난 아무도 사랑하지 않아. 작은 호의를 가진 사람도,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세밀하게 관찰하는 사람도 없어. 내가 열광하는 것은 깔끔한 갬비트와 플롯, 그리고 명석한 사람들의 주장이야. 사랑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대화의 필요성도 인정하지 않아. 귀찮게 내 삶을 낭비할 생각도 없고, ‘멍청한’ 이야기에 감미로운 음악을 들어야할 내 귀가 더렵혀지는 것도 싫어.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아도 들여다 보이는 그 썩어빠진 의도도 싫어. 그보다 더 싫은 것은 명백하게 보이는 의도를 모르는 것처럼 숨기는 것이고. 어쩌면 타인에 대한 애정 결핍인지도 모르겠다.

예전에는 이런 나라도 여전히 괜찮냐고 물었겠지? 그런데 더 이상은 그렇게 묻지 않아. 나이를 먹으면서 생각하는 방식이 변하고 또 말하는 방식도 변해가더라고. 그러면서도 난 이렇게 차분하기만 해. 좀처럼 흔들리지 않아. 내가 내 삶에서 진정 원하는 것은 기억도 추억도 없는 빈한한 사람이 되는 것뿐이야. 차라리 행복을 몰랐더라면 지금 주어진 것만으로도 영원히 행복할 수 있었을 텐데. 왜 항상 부족하게만 느껴지는 것일까?

저 길을 너와 걷던 날. 비록 제 정신은 아니었더라도 가장 차분한 날이었음을 기억하고 있어. 차라리 차분하지 않은 혼란스러운 정신이었다라면 실수였노라고 스스로를 정당화 시킬 텐데. 그럴 수 없군. 여기까지가 나에게 주어진 것이었나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