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날이 왔도다

금요일 아침이다. 오늘도 여전히 휴가중이다. 휴가를 쓸 때면 매번 서울에 올라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이번에 서울에 올라온 이유는 어느 정도 목적이 있어서이다. 첫번째는 원철군을 보기 위해서 서울에 올라온 것이고, 다른 꿍꿍이도 몇가지 있었다. 하지만 학교에 가는 이유는 복잡하지 않다. 학교에 가는 이유는 바로 왠지 모를 안도감을 얻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학교에 가면, 혹은 학교에서 친구들은 만나게 되면 차라리 시간이 멈춰 있는 것이 더 행운이라는 나만의 착각이 확신으로 변한다. 5학기를 마친 상태에서 19달 남은 나의 public service가 휠씬 좋은 선택이라는 것을 거듭 인식하게 되므로… 형들의 말처럼, 교수님의 말처럼 때로는 조용히 자기를 발전시킬 정지된 시간을 갖는 것이야말로 삶에서 허락받은 보기 드문 행운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왕이면 그 행운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하나의 사랑을 또 다시 시작했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예전처럼 맹목적이지는 않겠지만, 되도록 조심스럽게 제어하겠지만 그럼에도 행복한 마음까지 감출 수는 없다. 어제도 그랬지만 오늘의 난 섬의 인간이 아니다. 고독한 것보다는 사람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며, 동시에 행복감도 느낀다. 가끔은 억지로 세워놓은 벽을 허물고 나 역시 편하고 나른한 삶을 살고 싶다. 내 정신이 조금 더 견고 했더라면 그럴 수 있었겠지…

휴가를 마치면 숨겨놓았던 시간을 써야겠다. 두 달 동안 과업으로 설정한 목표량은 대략 1700페이지이다. 사실 두 과목 처음보는 것들이다. 하지만 50일의 시간이라면 하루에 34페이지에 불과한 적은 양이다. 평균적으로 한 챕터에 해당되는 분량이다. 하루에 한 챕터는 아침 6시에 일어나 8시까지 짧은 집중력만 발휘해도 충분하겠지? 뭐 조금 어렵다면 다른 시간을 조금 배분해도 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면, 나태했던 마음을 바로 잡는다. 지금의 나에게는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고민하고 후회하는 것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다. 하지만 가끔은 고민을 나누고 싶은 사람이 있다. 내 고민이 아닌 그의 고민을 나누며 사랑하고 싶은… 조금쯤은 삶이 번잡하고 혼란스러워 진다고 해도 그것조차 깨닫지 못할만큼…

Modify(2004.5.1) 집에 내려오는 길에 아주 잠시 우울했다. 조금 더 욕심을 부렸다면, 혹은 다른 결정을 내렸다면 그 장소에 나 역시 같이 있을 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내려가면 또 다시 난 혼자인데. 길고 지루한 시간 동안 해야할 일과,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려는 어려운 시도에 지쳐가야 하는데… 피곤했다. 어쩐지 더욱 피곤했다.

그런데 생각을 잠시 다른 방향으로 해보면 어떤 결정을 내렸던 간에 그곳에는 있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곳에 있는 것이 주어진 제약 요건아래에서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으니까. 실제로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일상과 고통 속에서 서서히 죽어 갔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미치도록 갈구하는 것이 두 가지나 있다. 어느 것 하나 쉽지 않고, 어느 것 하나 즐겁지 아니한 것이 없다. 이런 것을 보고 포지티브한 관계라 하던가? 단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행복해지고, 의지가 샘솟는다. 당신은 알까? 이런 내 마음을… 당신을 알까? 내가 얼마나 감사해 하고 있는지를…

8 thoughts on “즐거운 날이 왔도다”

  1. 공부해야지.
    남는 것은 그것 뿐인데.
    더욱이 마냥 놀 수 있는 체력도 없잖아. ^^

    난 1년정도 기다리기로 했네.
    분별력도 없고, 자부심은 있을 지언정 자신감은 없는 그사람이 1년 후면
    지금보다는 순수함을 잃겠지만 조금은 현실적으로 사람을 평가할 수 있겠지.
    내가 게으르고 정신없어 보이지만 좋은 사람이라는 것은 1년간 은근히 표출해야겠어.

    자네도 잘 해 보시게~ ㅋ

  2. 나야 늘 그렇듯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일단 주어진 것들에 최선을 다해가면서 시간의 유용함을 누려 보자.

    예전까지 시간이 변덕스런 젊은 여신이었더라면
    이제는 나이든 현명로운 할머니 여신 같아.
    참는 자에게, 기다리는 자에게, 인내하는 자에게
    더욱 큰 선물을 주는….

    난 3년 정도 기다리기로 했어.
    그리고 될 수 있는 대로 그 3년을 줄여보기로 결심했네.

    당당한 사람이 되고 싶어.
    단지 많이 알고, 현명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격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네.
    혹자는 속물 근성이라고 욕할지 모르겠지만.
    무언가 압도적인 성과가 필요하단 말씀이지.
    그래서 끊임없이 자기 세뇌 중이라네.

    그리고 행복해. 또 다시 헌신이 나의 기쁨이 되었거든.
    나의 기쁨이자 나의 자긍심이라네.
    나 역시 여전히 행복하고 기뻐할 수 있다는 사실에
    죽었다 믿었던 신이 시나브로 의식 세계로 침투중이야.

    그만큼 기쁘고 즐겁다네.
    앙리 4세가 쿠드라에서 이겼던 그날 보다
    개인적으로는 더 큰 전과를 거둔 날이거든
    스스로에게나, 내가 헌신하고 있는 그녀에게나…

    P.S. 즐거운 날이 왔도다를 라틴어 원문으로 쓸까 했는데 기억이 안 나더라. 아무튼
    하인리히 만의 앙리 4세의 청춘에 나오는 챕터의 제목임. 프랑스 위그노가 앙리 3세(앙리 드 발루아)의 마지막 총신이었던 주와브네의 군대를 격파한 전투…

  3. 참으로 에너지 소비가 많은 일이었다.
    애당초 나에게는 맞지 않는 전략이었는지도.
    헤밍웨이의 말처럼 확신으로 상대가 끌려오도록 하는 것이 나을 뻔 했어.
    내가 먼저 도전하는 무모함은 버렸어야 했는데.
    하루에도 몇번씩 맘이 바뀌는 지 모르겠다.
    전화기는 수백번도 더 처다보는 듯.
    망설임도 매순간 일어난다.
    결국은 끈기 부족.
    또한 만사가 귀찮게 되는 것으로 귀결. 잠만 자게 된다.
    세상의 연인들이 신기하기만 한 날이다.

  4. To: 너군
    살며시 정도가 아니라 본격적으로 궁금 해야 해.ㅋㅋㅋ
    자네들이 중간 고사에 매진하고 있는 동안
    난 기억의 세계에서 놀랄만한 신선함을 찾아냈거든.

    5월의 어느 날씨 좋은 날 우리가 다시 뭉치게 되면
    아마 달라진 내 모습을 보게 될 것이야.
    자발적 독신이던, 비자발적 독신이던 간에 그 세계에서 벗어날 참이거든.

    또 다시 운명의 여신이 나를 거칠게 몰아 세운다 해도 좋아.
    지금 느끼는 행복감이 나한테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삶의 모티베이션이 되는 것이라면 대환영이거든.
    하지만 너무 느릿해서 걸음을 옮기는지 조차 모를거야.
    그만큼 신중한 마음으로 다가설거든.

  5. 그 흔하디 흔한 안부게시판 조차 없는 이 불편한 블로그 같으니라고!!

    이번엔 또 어떤 그녀를 만들었길래…….

  6. To. WCH
    방금 연배를 보고 들어왔네,
    지금은 누이들과 연애 사진을 보고 있는 중이지.
    연배 녀석도 늙었더군. 예전의 그 귀여운 녀석 대신에 왠 아저씨가…
    아무튼 간만에 수다를 늘어지게 떨었더니 오후 밖에 안되었는데도
    피곤하군. 아무래도 지난 휴가의 영향인가 봐.
    지난 휴가때 너무 많은 말을 했더니 아직까지도 버릇이 남아있나봐.
    도대체 떠들지 않고서야 견딜 수 없으니 말이야.

    하루 종일 잠들었던 자네 이제 일어났는가?
    나 역시 이제야 하루가 시작되려 한다네.
    이제야 오늘 끝내야 할 것들을 슬슬 시작할 예정이거든.

    그런데 말이야.
    아주 오랜만에 그곳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네.
    길을 걸으면서 무의식적으로 그 곳을 생각하는 나를 발견했네.
    그 사람과의 추억은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지만
    단지 그곳을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흡족해진다네.

  7. To. 기청군
    아까 자네가 메신저에서 말을 걸었을 때에는
    난 간만에 내려온 연배 녀석과 점심 식사 중이었다네.
    그래도 ‘재미 없는’ 이란 수식어는 넣지 않았군.
    “불편한” 정도는 용서해주겠어.
    이제 슬슬 시간이 더디게 흐르기를 빌 것 같은데? 그렇지 않나?

    오늘이 66일 째인가? 두 달하고 5일 밖에 남지 않았군.
    하지만 너무 두려워 하지도 말라구. 인생 한방이잖나?
    그리고 자네가 못찾아서 그렇지 방문자 게시판은 어딘가에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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