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트로이와 일리아드3

7. 아킬레스의 죽음에 대한 2가지 이야기.

아킬레스의 죽음에 대해서는 2가지 신화가 전해진다. 파리스의 화살에 아킬레스건을 맞아 죽는 결말은 똑같지만 하나는 전사하는 것이고, 하나는 암살이다. 우선 첫번째 관해서 이야기 하자면 헥토르의 죽음 이후 트로이에는 아마조네스의 지원군과 이디오피아 멤논왕의 지원군이 도착하게 되는데 아마조네스 여왕은 전투에 참여한지 하루 만에 아킬레스의 손에 전사한다.(어떤 설화에는 이 아마조네스 여왕과 아킬레스가 사랑에 빠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디오피아의 멤논왕은 아킬레스와 사투를 벌이다가 격살 당하며 승세를 몰아 아킬레스는 트로이의 흉벽에 쇄도하게 된다. 그러던 중에 아폴론의 인도를 받은 파리스의 화살에 갑옷으로 보호할 수 없는 발 뒤꿈치를 맞아 전사한다는 것이 요지이다.(아킬레스의 시신을 보호하기 위한 전투에서 아이아스와 오딧세우스가 활약했다는 이야기도 이어지지만 너무 길어서 생략)

두 번째 이야기는 헥토르와 파트로클레스의 장례 이후 트로이와 그리스 양군 사이에는 오랫동안 평화가 유지되는데 이 틈에 아킬레스가 프리아모스의 딸과 사랑에 빠졌다는 이야기이다. 아킬레스가 프리아모스의 사위가 되고 파리스가 헬레네를 포기하는 선에서 휴전 회담이 진행 중이었는데 파리스는 신전 회랑에서 데이트 중인 비무장 상태의 아킬레스를 화살로 암살한다.

아킬레스의 죽음 이후 그리스에서 도착한 네오프톨레무스의 활약과 렘노스섬에서 귀환한 필록테테스의 독화살. 그리고 오딧세우스의 목마 계책으로 트로이는 함락되며 네오프톨레무스는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프리아모스의 딸을 아버지의 무덤에 받친다는 것이 이야기의 결말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첫번째 이야기보다 두번째 결말을 더 좋아한다. 하지만 수많은 학자들이 신화의 정설로 채택하고 있는 이야기는 첫번째 결말이다. 아마도 아킬레스같은 영웅이 전쟁터가 아닌 신전 회랑에서 죽었다는 사실에 쉽게 동의하기 힘든 모양이다.

하지만 나와 같은 마이너리티를 지지한 사람도 적지 않다. 에우리피데스는 그의 비극 시리즈에서 두번째 설을 지지했다. 전쟁터에서 장렬하게 죽는 것보다는 데이트 중에 허망한 죽을 맞이하는 것이 더 영웅다운 것이 아닐까? 허망한 죽음이야말로 영웅들의 영광을 더욱 안타깝게 만드는 그런 요소가 아닐까 싶은데…

8. 아이아네스의 탈출

영화 트로이에서 파리스는 아이아네스란 젊은이에게 트로이 왕가를 상징하는 보검을 맡긴다. 신화에서 아이아네스는 앙키세스와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의 아들이며, 트로이 함락 당시 살아남은 유일한 무사로 알려져 있다. 카르타고의 시돈 여왕과의 로맨스나 이탈리아에 이르러 로마의 모태가 된 알바롱가를 세운 것으로 신화에는 기록되어 있다. 극중 아이아네스의 등장과 트로이의 보검이 그의 손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통해 시나리오 에디터는 트로이라는 도시는 망했지만 민족은 로마로 다시 거듭났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 것으로 보이지만 어딘지 유치한 구석이 있는 설정이다.

Omission & Targeting
토로이를 보면서 느낀 사소한 감상은 시나리오 에디터의 마음 고생이 정말 심했을 거라는 사실이다. 사실 헐리우드의 시나리오 에디터쯤 되는 사람이 트로이 전쟁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들을 모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분명 원전과 전래되는 수많은 그리스 비극, 다양한 학자들이 내놓은 그리스 로마 신화의 주석본이 책상 한 가득 쌓여져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은 진리를 최우선의 과제로 삼는 상아탑이 아니라 수익성을 추구하는 기업 시스템이다. 영화사라는 기업이 [트로이]라는 상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기업은 [트로이]를 볼 특정 소비 계층을 targeting 했을 것이다. 그리고 시나리오 에디터에게 부여된 임무는 적절한 Omission과 Dramatization를 사용하여 targeting된 소비 계층의 기호에 가장 적절한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것이었으리라.

사실 [트로이]는 따지기 좋아하는 소수의 관객층에게 환영 받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트로이 전쟁에 등장하는 인물만 물경 세 자리를 넘어가며 트로이 전쟁이라는 소재를 토대로 파생되는 이야기의 가짓수도 두 자리를 넘어간다. 수많은 이설를 따라 이야기를 재구성하다 보면 수십 권의 책을 써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사십에 육박하는 브래드 피트의 근육은 이십대 청년처럼 잘빠졌으며, 늘 결정적인 순간에 채이는 역할만 맞던 만연 조연 에리 바나의 스타일도 괜찮았다. 모범생같았던 올란드 블롬의 겁먹은 표정도 봐줄 만 했고, 나름대로 인물 사이의 갈등 구조와 인과 관계도 분명했다.

뭐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온갖 압박감 속에서 이 정도의 시나리오라도 만들어 낸 에디터에게 소소한 박수 정도는 쳐주어야 하지 않을까? 이것 이상을 만들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논외로 쳐야겠지만..

9 thoughts on “영화 트로이와 일리아드3”

  1. 그림까지 첨부하고 애쓴다. 박군!
    조회수 압박이 컸나보구나. 미안하다. 아우야,
    누이가 기다려줄께 얼렁 따라와라.

  2. 심심하면 이것 이상으로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떤가?ㅋㅋㅋ
    암튼 나름대로 기대를 했던 작품인데 실망만 가득하다.
    누가 그러더군.
    실망은 기대의 증가함수라고…

  3. //막내 누이
    그것도 어제까지 이야기지. 이제는 성격대로 살기로 마음 먹었어.
    내일은 WHEN GENIUS FAILED애 관한 리뷰를 쓸 참이야.
    트로이와는 달리 국내에서는 5천부도 팔리지 않은 책이니까
    내가 조회수의 압박에 시달린다면 절대 고르지 않을 주제지…

    //wc
    나라면 아킬레스와 헥토르의 결투 장면으로 시작해서. 창날이 목젖을 관통하는 순간
    죽음에 직면한 헥토르의 눈으로 흘러들어가는 오프닝을 쓰겠지.
    회상에서 안드로마케와 아스티아낙스와의 단란한 모습이 나오고
    트로이의 목마 장면과 불타는 트로이… 그리고 성벽에서 내침을 당하는 아들의 모습의
    환영을 보며 숨을 거두는 장면이 어떨까?
    아킬레스가 자신의 원래 갑옷을 되찾으며 이야기는 과거로 흘러가
    라리사의 궁정으로 되돌아가고…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를 피하러
    아킬레스가 신전으로 도망가는 장면… 등등….
    나라면 뛰어난 용맹을 지녔지만 운명을 예고 받았기에 마음 속으로는
    늘 두려움에 떠는 그런 영웅을 그리겠어.
    아마조네스의 여왕이 죽는 장면을 보면서.. 이제 때가 되었다는 기분 같은 것…
    반대로 헥토로는 매일 죽을 것 같은데 막상 살아 돌아와서는
    오늘을 넘겼다는 안도감에 행복해 하는 캐릭터로 만들테고.
    나라면… 파리스의 화살을 맞는 시점으로.. 영화를 끝내겠지.
    갈등 축은. 운명을 고지 받은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차이.
    살고 싶은 자와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을 어깨에 지고 자는 사이의 이상한 유대감.
    뭐 이따위를 축으로 삼지 않을까? 그래도 어차피 재미없는 이야기라구

  4. 보고나서 느낀건 아직 브래드피트가 건재(일단 몸이)하구나!!
    또 하나 헥토르가 정말 그렇게 멋진 맨일까? 믿어지질 않을만큼 이시대의 볼 수없는
    캐릭터라…. (반성이 좀 되냐?) 하긴 귓등으로 흘리겠지만….
    그리고 트로이를 영화로 만든까닭은 공짜로 티비 보기는 손실이 엄청커서…..
    “트로이 목마는 아주 큽니다요” 이걸 알리고 싶어서 영화로 만들었다고 본다 난…ㅋㅋㅋ

    그래도 과거보다 좀 활기차게 하려고 애는 썼다.
    수고했다 … 박군… 그리고 조회수 신경쓰다니….
    역시 소심해…..
    통큰 누나를 좀 달아라…

  5. 브래드 피트의 허벅지 근육에 매료된다면
    짧은 스커트 사이로 흘낏 보이는 근육은 붙었으되 날씬한 다리에 맛이 간다면…
    이제 내가 아줌마가 되었다는 시그널링이라는 던데..
    안타깝구먼…

    그런데 트로이를 보면서 신기했던 것은
    스틱스강을 건너는 배삯으로 지불하는 돈을 눈에 붙이는 것이었어?
    내가 기억하기로는 혀위에 올려놓았던 듯 싶던데…
    스틱스를 건너기 전까지는 말을 못하는 까닭으로 혀위에 금화를 내밀어서
    배삯을 지불하던 것 아니었나? 아무튼… 그 부분만큼은 이상했어.

  6. 시험이라는 것이 사라져야 할 듯.
    생활리듬이 완벽하게 깨지는 것은 아마 시험기간 때 일 것이야.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마냥 놀고만 있다.
    이제 슬슬 봐야겠지만 마음을 잡기가 쉽지 않다.
    어서 내일이 지나고 모레가 왔으면 한다.

  7. 어서 공부해라. 오늘만 무사히 넘기면
    이제 10월까지는 시험 자체가 없다구.
    지금 당장 노트북 배터리 뽑아서 책장 위에 올려놓도록 해.
    그리고 내일 시험이 끝날때까지 네트워크에서 멀어지도록 해.
    자네 내일 5학점이 걸려있다는 사실을 까먹지 말라구.
    시험의 1/3이 내일 결정된다구요..

  8. 브래드피트를 원래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도 하긴 했지만 이 영화에서 아킬레스 매력을 느끼기는 여간 힘든게 아니었어 -_-
    헥토르가 더 좋아.
    아킬레스는 피만 묻힐 줄 좋아하지,
    헥토르는 한나라의 왕자로써 가장으로써 책임감있는 모습이잖아!

  9. 허걱…
    오늘 무슨 있었어?
    갑자기 나이 어린 가녀린 말투인데..
    어차피 그렇게 대립각을 조성해 놓은 것 자체가 상술이라고.
    누님들과 주변 사람들을 경계로 보면
    대충 28살을 경계로 나뉘어 지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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