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orld that trade created – Intro

마이너리티가 되어버린 무역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긴 하지만 [무역]이란 단어와 조우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꽤나 만나기 힘든 단어지만 여차해서 만나기라도 하면 실질적인 의미의 무역를 다루기 보다는 개념적 차원의 무역을 다루는 것이 보통이다. 일부 학교에는 여전히 무역학과가 남아 있긴 하지만 무역이라는 화두는 경영쪽에서만큼은 마이너리티로 전락했다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다. 꽤나 좋은 커리큘럼으로 구성된 학교의 수강 편람을 뒤져봐도 무역이나 교역에 관련된 과목은 하나도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사실 무역이 커리큘럼에서 사라진 이유는 다른데 있다. 상품 거래로 한정되었던 국가간의 교역이 이제는 생산 요소 거래로까지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기존의 무역론에 국제 생산론과 국제 금융론, 국제 전략론과 국제 재무론이 가미되었고, 그것이 이제는 국제 경영론이란 하나의 학문으로 분화되었다. 무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범위가 넓어졌기 때문에 되려 무역이란 단어가 낯설어진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실제로 내 친구들 가운데 신용장과 무역원장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매우 소수이다. 상품 수송 방법에 따른 회계 처리 기준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국제 거래를 위한 스왑과 선물 전략에 달통한 그네 들이지만 신용장하면 크레딧 카드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마스터나 비자 카드로 구매를 하고 DHL이나 UPS로 배달 받는 오늘의 세계에서는 차라리 모르는 것이 약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미쳐 알지 못했던 것
휴학을 하기 전까지 난 학교 신문사에서 한국의 1세대 기업인들로 불리는 창업자 그룹에 대한 기사를 전담하고 있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30년대부터 65년까지의 기업들의 행적을 탐구했고 그 과정에서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중에 한가지는 전쟁과 자유당 정권, 보릿고개로 정의되었던 50년대가 60년대보다 되려 더 자유로운 무역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는 점이다.

한반도가 남과 북으로 쪼개지기 전까지 한국 기업들은(물론 아주 소수였다) 중국과 티베트, 만주와 연해주, 일본까지 이어지는 영업망을 구축하고 있었고, 당시의 거래는 일반 시장 거래와 무역의 기묘한 비율로 혼합되어 있는 것이었다. 일부 기업들은 곡물의 선물거래시장(미두)을 이용해 오늘날의 신용장과 유사한 기능을 이용하기도 했던 것 같다.

심지어 전쟁이 한참이던 50년대 초반. 부산의 국제시장에서 거래되었던 목록의 화려함은 오늘에 뒤지지 않는다. 일본과 홍콩, 그리고 부산을 연결하는 무역 루트는 당시 최고의 융성을 자랑하고 있었고, 사업한다는 사람치고 일본과의 밀무역이나, 각종 선물 거래에 손을 대지 않았던 사람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내가 얻은 것은 단지 흥미로운 사실만이 아니었던 것 같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날의 무역만큼이나 과거의 무역도 화려하고 재미난 소재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의 단초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잘 교육 받은 점잖은 학자들이 모르는(다시 말해 수리적으로 분석이 불가능한) 또 다른 매커니즘이 만들어 낸 숨겨진 세계가 존재했을지도 모른다는 믿음이 조금씩 또렷해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포스팅 공고
2002년 가을부터 시작된 나의 믿음은 작년 봄을 거치면서 점점 구체성을 띠어갔다. 현대적 경영 매카니즘을 토대로 교육 받은 우리가 그 존재를 이해하지 못했던 세계를 설명할 단초가 되는 도서 목록을 작성했고, 어쩌면 새로운 칼럼으로 독립시키는 것도 가능하다는 생각도 했다. 상당히 많은 재량권이 주어졌던 신문사의 편집 방향을 토대로 볼 때 상황은 낙관적이었다. 인생 최대의 태클이라는 병역 문제로 휴학을 해야한다는 사실을 기억해내기 전까지는 말이다.

휴학과 귀향, 훈련소와 시험, 혼미해진 정신 상태와 게으름은 당초 계획을 일년이나 뒤로 미루어 버렸다. 7월에 들어서야 노트북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던 기획서를 찾아내었고 대강의 색인도 머리 속에서 완성되었다. 할 일이 넘쳐나는 올 한해지만 애인도, 궁벽한 시골이라 나를 유혹할 것도 없는 현재야 말로 [유희]를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기인 것 같다. 지금하지 못하면 후회하게 될 거란 예측이 결심에 방아쇠를 당기기는 했지만 말이다.

다음 포스팅은 [the World that trade created- 삼각 무역]이란 제목으로 포스팅 될 예정입니다.

2 thoughts on “the World that trade created – Intro”

  1. 감사합니다. 기대를 받으니 살짝 부담이 느껴지는데요.^^
    자주 포스팅하지는 못하겠지만 올 한해 동안은 꾸준하게 써볼 예정이예요.
    그런데 중반쯤 가면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들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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