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erminal

친구가 아닌 주변인들로부터 내가 제일 자주 듣는 소리는 아직 어리다는 말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하는 법인데, 되려 나이를 먹을수록 경험의 상대적 범위가 좁아진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경험의 범위가 좁은 만큼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들도 많아진다. 때로는 [건전한 상식]을 가졌다고 믿어왔던 내가 외계인으로 오인 받는 사태가 심심치 않게 벌어지기도 한다.

사실 Terminal의 오프닝과 함께 내 머리를 맴돌기 시작한 것은 [또 다시 외계인이 되어버렸구나]란 생각이었다. 포레스트 검프에서 보다는 조금 더 정상적이지만 여전히 Abnormal인 톰 행크스와 개연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캐서린 제타 존스의 캐릭터, 억지스럽기 짝이 없는 에피소드들. 스필버그란 이름 아래 이해를 강요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코엔 형제가 만들었다면 조금 더 엽기적이긴 하지만 최소한의 인간미는 남아있는 봐줄만한 영화가 되었을 거란 생각을 했다. 알란 파커를 싫어하지만 억지스러운 에피소드를 강조하려면 차라리 화려한 음악과 군무가 담긴 뮤지컬 영화가 나을 거란 생각도 했다. 사실을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두시간 내내 머리를 줄곧 맴돌았던 생각은 꽤나 불쾌한 영화라는 확신 하나뿐이었다.

전공이 전공인만큼 난 관객 세그멘테이션과 타켓팅에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 비록 스필버그가 의도한 세그멘테이션과 타켓팅에 내가 해당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리 아쉬울 것은 없다. 하지만 [터미널]은 바보스러울 정도의 착함을 통해서 스필버그가 의도한 세그멘테이션과 타켓팅에서 벗어난 나를 Abnormal한 사람으로 몰고 간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짜 인생이란 저런 질박한 순순함이라고, 어리숙하지만 어느 비범한 사람 못지 않은 카리스마를 내품는 톰 행크스야말로 우리 안의 숨겨진(혹은 우리가 꺼내야 하는) 인간상이라고 스필버그는 영화 전편을 통해서 집요하게 말하고 있다.

하지만 난 이런 방식의 스필버그가 무척이나 당혹스럽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가운데 하나인 [태양의 제국]를 만든 스필버그는 지금껏 관객에게 이해를 강요했던 적이 없다. 단지 자신의 생각을 조용하게 읊조렸을 뿐, 그의 영화에는 늘 자신의 이해말고도 관객이 스스로의 생각을 풀어놓을 한적한 방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가 생각하는 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개종을 하던지, 아니면 인간미 없는 냉혈한으로 전락하던지 두 방법 밖에 없다. 두가지 모두 싫은 나로서는 꽤나 불쾌한 기분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땅콩캔 속에 담긴 명인들의 서명이 무슨 이유에서 째즈인지 잘 모르겠다. 재즈는 뉴욕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명인들은 서방 세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린 시절 [러시아 하우스]를 보면서 유쾌했던 이유는 페레스트로이카 시대의 흥겨운 재즈연주 때문이었다. 신문 속 사진 한장을 재즈의 전부로 알고 헌신하는 한 남자와 그 남자를 위해 뉴욕에 가고 싶어하는 또 다른 남자를 인정하고 빠져들기에는 심리적 저지선이 너무 강하다. 게다가 거기에 감동하는 한 여자까지 이해하려니 머리속은 복잡하고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참. 그런데 이해못할 사실이 하나 더 있다. Life is waiting이란 문구와 터미널이란 제목. 2시간이란 시간을 투자했음에도 이렇게 헤매는 것을 보면 내가 진짜 외계인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2 thoughts on “the Terminal”

  1. 자네 톰 행크스를 싫어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왜 이 영화를 보게 되었는지.
    난 그것부터가 이해할 수 없군.
    한가지는 추측할 수 있겠는데…
    혹시 ‘존스’를 보려고? ^^

    간만에 즐거운 주말을 만들어 보세!!
    물론 그 전에 해야할 일은 끝마쳐야겠지만…-_-

  2. 로드 투 퍼디션 이후에는
    그런 감정이 조금 줄어들었지.
    세이빙 프라이빗 라이언 이후부터 조금씩 정상에 가까워졌거든.
    아무튼 터미널로 다시 평가 하락이야.

    차라리 터미널이 아니라 감옥에 톰행크스를 가두고
    캐서린 제타 존스를 간수로 등장시켜도 될 듯 싶었어.

    아무튼 토요일을 위해서 남은 며칠 열심히 살아보자구.
    이제 조금만 더 보면 6월에 약속했던 내 과업은 모조리 완수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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