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e! Goldendog

휴학을 하기 전 나에게는 자주 가던 찻집이 있었다. 정문을 따라 지하보도를 건너 20미터쯤을 걸어가면 나오는 테이블 3개짜리 찻집인데 아메리카노가 일품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여름에는 레모네이드의 시큰한 맛을 즐겼고, 가끔 아이스티가 너무 달기는 했지만 커피를 마시기에는 매우 조용하고 한적한 공간이었던 듯 싶다.

아메리카노가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원철군에게 편지를 쓰기도 했고, 이런 저런 기사를 썼던 것 같다. 가끔은 급박한 레포트와 발표를 준비하기도 했고, 아주 드물지만 데코레이션 잡지를 보며 시간을 때웠던 적도 있는 것 같다. 소나기가 내리는 오후 비가 멈추기를 기다리며 그 녀석을 기다린 적도 있었는데…

사실 골든독이라는 이름의 그 찻집에 못 가본지 일년쯤 흘렀다. 과거를 떠올릴 때면 끝을 모르고 이어졌던 산책이 기억 나려고 할 때면 늘 마음을 푸근하게 만들어 주는 곳이었는데 이제는 다신 가지 않아야 겠다고 마음 먹는 중이다. 이제는 누구 말대로 정말 잊어야 할 때가 오긴 왔나 보다.

나에게 추억이란 끊임없는 애증의 대상이다. 사랑하면서 증오하는, 잊기를 원하면서 잊을 수 없는 그런 모순의 대상이다. 하지만 추억보다 중요한 것은 추억의 무결성이다. 추억이란 꿈은 영원히 아름답고, 현실의 오욕에 때묻지 않아야 한다. 추억이 아이스크림 같은 달콤함을 잃고 인과율의 지배를 당할 때 추억은 더 이상 아름다운 애증의 대상이 아니라 정말 잊어야 할 무엇이 된다.

골든독이라는 이름의 작은 커피점. 그곳에 얽힌 조금 많은 시간, 그 길을 걸으며 말하고 생각했던 것. 그곳에서 썼던 글들과 그곳에서 읽었던 것들, 내 젊음의 황금 시대. 이제는 모두 잊을까 한다. 추억은 아름답지만 완전 무결한 나의 것이 아닐 바에는 잊는 것이 상책이다. 타인의 손에 훼손된 추억 같은 것은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다.

나란 녀석은 정말 구제 불능의 정신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인지 몰라도 지우려고 마음 먹으면 지우지 못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냥 앞만 보고 달려가도 나에게는 아직 많은 것들이 남아 있다. 내 삶은 어둠이 스미는 황혼기가 아니라 아직까지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여명기다. 한 때는 가장 행복하고 나른한 추억이었지만 이제는 나의 것이 아닌 그곳을 추억하며! Goodb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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