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처음 입학할 당시에 가고 싶던 직장은 컨설턴트였던 것 같다. 학교신문사에서 수습 기자로 일하면서 대부분의 컨설팅 펌들의 설명회는 다 들어간 듯 싶었는데 그 당시 나의 솔직한 감상은 정말 멋있다는 생각뿐이었다. 검정 색 오피스 슈트도 멋있었고, 업무 분야의 다양함과 컨설턴트들이 지닌 당당함이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보였던 듯도 싶다. 단지 컨설턴트가 되는 것을 대학 시절의 목표로 삶는다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리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기자 신분증을 이용해 리셉션 테이블에서 이런 저런 질문을 던지면서 컨설턴트에 대한 환상이 조금씩 깨진 것 같다. 당시 설명회에 나온 컨설턴트들은 주로 BA였는데 대화를 통해서 파악한 그들의 일은 소위 [딱 갈이]로 불리는 제록스 머신의 휴머노이드 형태였다. 번역과 자료 준비. 복사(카피& 페이스트 포함)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으면 입사도 어렵다는 그런 직장에서 하는 일이 보통 직장의 1.5.배의 연봉을 받으면서 하는 일이 겨우 그런 일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것 같다.
어느날 Bain&Co.의 AC와 대화를 나눌 기회를 잡았던 듯 싶다. 어느 정도 컨설팅 펌 특유의 분위기에 익숙해진 난 단도직입적으로 3년 후의 전망에 대해서 물어봤다. [베인에서 3년 뒤에 자신의 위치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 한참을 머뭇거린 끝에(달변인 컨설턴트들이 할말을 찾아 머뭇거린 사실 자체도 상당히 흥미로웠다) 그가 한 대답은 잘 모르겠다는 대답이었다.
사실 결정적으로 컨설턴트라는 직업에 대한 흥미가 떨어진 것은 두 가지 사건을 통해서 였다. 취재차 어떤 모임에 참석했다가 대기업의 임원인 어느 선배 분이 하는 말을 듣게 되었는데 그 분의 말을 듣는 순간 비즈니스 세계의 냉혹함에 치를 떨었던 듯도 싶다.
두 번째 충격은 M사 서울사무소에서 실시한 한국의 여성 인력에 대한 리서치 결과였던 것 같다. 파이낸셜 플래너 혹은 보험 설계사를 한국 내 여성 고급 인력들이 가장 많이 진출한 분야로 진단을 했는데 한국계 미국인인 그 컨설턴트의 발표를 듣는 순간. 비웃음을 참지 못했던 것 같다. [내가 여자 친구들에게 보험설계사가 되어 보는 것이 어떠냐고 묻는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아마 맞을지도 모르겠지. 어쩌면 그날부로 인간 관계가 종언을 고할지도 모른다고…]
저 사람은 여성 고급 인력의 범위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 것일까? 진지하게 묻고 싶어졌다. 영어 발음이 매끄러웠다면, 아니 주변에 퍼스트 랭귀지가 영어인 친구 하나만 있었더라도 틀림없이 질문 했을 것이다. 뒤에서 지속적으로 압력을 넣고 있는 교수님을 무시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사실 대놓고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블랙 슈트로 몸을 감싼 그 여성 컨설턴트들의 능력에 심각한 회의가 든 것 같기도 하다. [아마 최고 학부를 나왔을 텐데 말이야. 어째 저렇게 현실 감각이 떨어지는 것일까? 아마 저 보고서를 손에 든 여성부 이사관은 M사도 별 것 없다고 중얼거리겠지. 잘못된 자료 해석으로 내린 엉망 진창인 결론이니까 말이야]
[#M_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습니다. Click!!| 어디까지나 사견입니다. |
지금까지의 글을 흐름으로 볼 때. 내가 컨설턴트들에 대해 부정적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부정적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컨설턴트들은 일명 외국계 전략 컨설팅 펌과 그곳에서 일하는 BA에 대한 회의다. IT영역이나, CRM, ERP와 식스 시그마와 실무 영역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하부 프로세스에 대한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진짜 컨설팅 펌들을 비난할 의도는 전혀 없다.
학교를 다니면서, 사람들과 인터뷰를 하고, 존경 받는 경영자들에 대해 분석하면서 내가 느낀 것은 전략 프로세스와 운영 프로세스, 그리고 인력 프로세스만큼은 절대 아웃소싱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었다. 물론 이들 프로세스도 어느 정도 컨설팅이 가능하겠지만 기업의 핵심 프로세스인 이 세 가지 영역은 기업의 경영진이 심사 숙고하고 고민할 문제다. 어느 정도 도움을 받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원칙적으로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 제3자가 어떻게 해줄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이 나의 소소한 결론이었다.
메임 프레임의 전략 계획을 짜내는 수준은 일류급이지만 그것을 실행에 옮길 하부 프레임과 상세한 매뉴얼 작성에는 어설픈 것이 지금까지 내가 보아 온 전략 컨설팅펌이었다. 그 기업 특유의 인력 프로세스와 운영 프로세스에 정통하지 못한 사람들이 내놓은 전략의 한계를 뼈저리게 보여주었던 것이 바로 그들이다. 생각하는 법이 아니라 자신들의 생각을 리포트로 만들어 던져 주었던 것이 과거 그들이 모여주었던 [일의 방식]이었다.
이런 생각의 토대가 된 것은 고객의 order에 수익이 달린 service firm인 주제에 무척이나 오만했던 과거와 진짜 실적보다 컨설턴트들의 화려한 경력으로 포장된 Halo Effect를 주영업력으로 삼은 것에 대한 불신일지도 모르겠다.(물론 한국만의 특수 상황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글을 쓰고 있지만 현재의 내 경력이 내가 그렇게 비아냥거리는 전략 컨설팅 펌에 들어가기에는 한참이나 미달이란 사실은 솔직하게 인정한다. 주변 선배 중에 컨설턴트가 없는 것도 아니고, 어쩌면 친구들 가운데 상당수는 컨설턴트를 직업으로 선택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의 불신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최소한 한국에서 활동한 컨설팅 펌들이 지금껏 본분을 망각했다는 내 생각에 딴지를 걸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말은 이렇게 하고 있지만 나 역시 제대로 된 컨설팅 펌을 세우고 싶다던 어떤 이의 원대한 꿈에 동조하고 있는 것인지도…_M#]
사실 경영자들의 이런 선택에도 나름대로의 논리적인 근거가 있다. 사소한 경품을 내건 이벤트 프로모션 하나로도 접속자수의 증가는 폭발적이다. 인간에게 호기심이란 결코 떨쳐버리지 못할 감정이 있는 한 이벤트 프로모션은 절반 이상의 성공을 보장한다. 미래를 알 수 없는 불확실한 투자보다는 절반 이상의 성공을 보장하는 마케팅에 가용 자원을 쏟아붓는 것이 이들 경영자들에게는 우세 전략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