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August 12

1. 가끔 범죄소설의 세계는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팡토마스’를 읽고 있는데 ‘피의 선’ 이후 최고의 프랑스 범죄소설이 아닌가 싶다. 섬세함을 갖춘 잔혹한 범죄 앞에 전률하면서도 다음 이야기에 갈증을 느끼는 나 자신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20세기 초엽, 벨에포크의 끝 무렵 이 소설을 읽은 사람들이 느꼈을 전률을 상상하는 재미는 별론으로 두고.

2. 점심을 먹다가 스물 일곱쯤에는 뭘하고 살았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수업 듣고, 학점 메우고, 공부 하고, 책 읽고, 글 쓰고, 즐거워 깔깔거리는 동시에 외로워 괴로워하던 옛 시간이 잠시 나를 스쳐지나갔다. 나름 열심히 살았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 시절의 함께한 친구들이 보고 싶기도 하다. 9월에는 꼭 한번 제대로 보자 청해야지

3. 다음달에는 아내와 함께 고연전에 가기로 했다. 대학 신입생 이후 처음 가보는 그곳을 아내와 함께 간다고 생각하니 신기한 기분이다.

22 July 12

1. 재미난 소설을 읽는 일은, 더욱이 재미뿐 아니라 문학적 완성도까지 높은 책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너무나 강렬해 소설이 품은 장면장면을 영화로 다시 보고 싶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대가들은 지리멸렬해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스타일을 창조해낼 수 있다는 점이 너무나도 가슴설레다! <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2. 모든 문장은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내 삶은 반영이다. 대가들은 어떤 방법으로 사적인 영역에 속한 경험을 배제한 채 상상력만으로 글을 쓰는지 모르겠다. 인물과 사건의 얼개는 상상할 수 있어도 세부 묘사까지 순수한 상상력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으로 작가는 끊임 없이 자신의 경험 일부를, 가장 내밀한 영역을 독자에게 내보일 수 밖에 없다. 같은 이유로 내가 글를 쓰는 것은 쉽지 않다. 비록 어디까지가 상상이고 경험인지 독자는 구분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3. 오랜만에 홀로 시골집에 내려와서 포도상자를 접었다. 상자를 접는 실력이 전혀 녹슬지 않았음을 발견했다. 바람은 시원하고 공기는 맑다. 그럼에도 아내가, 내 집이 그립다.

16 July 12

1.
장마에는 꼬냑과 매그레란 말은 부정할 수 없는 정답이다. 늦은 밤 빗소리를 들으며 읽는 매그레는 진짜 별미중의 별미다. 오렌지 쥬스에 넣은 보드카는 덤이고

2.
아내와 함께하는 주말은 정말 즐겁다. 너무 즐거워 웃음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예전처럼 아름다운 문장을 쓸 수도, 지적 긴장감이 넘치지도 않지만 그런 과거 따위는 하나도 그립지 않다. 이렇게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내 삶이 얼마나 완전한지, 얼마나 행복한지 알기에